'돌고 돌아 좌완 수집' 롯데, 외면할 수 없던 현실과 미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8.27 06: 02

현실과 미래를 모두 외면하기 힘들었다. 
롯데는 지난 26일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래를 함께할 10명의 선수를 선택했다. 단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다소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드래프트였다. 또한 지난해 7위의 성적을 받아들었기에 드래프트 순번으로는 4번째였다. 내부적으로는 “4번째 순번이라 애매하기도 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고민을 거듭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내린 평가와 세운 기조대로 망설임 없이 선수들을 선택했다. 
롯데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10명 중 투수 5명, 내야수 2명, 외야수 2명, 포수 1명을 지명했다. 전체적으로 투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이번 드래프트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는 투수보다는 야수 쪽이 좀 더 후했다. 전체적으로봐도 야수들이 만만치 않게 상위 순번에 뽑혔다. 그러나 좌완 투수 자원은 풍족하다는 평가였고, 롯데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롯데 자이언츠 홍민기(대전고)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1라운더 홍민기(대전고), 2라운더 박재민(전주고) 등 상위 지명권 2개를 모두 좌완 투수를 얻기 위해 활용했다. 전체 1순위로 NC의 선택을 받은 정구범(덕수고), 3순위로 LG에 지명된 김윤식(광주진흥고) 등과 함께 ‘좌완 탑4’에 해당하는 선수들 중 2명을 품었다. 연고지역 유망주였던 부산정보고 우완 남지민도 1라운드에서 고심을 했지만 좌완이라는 점, 여기에 신체조건과 승부욕을 바탕으로 한 잠재력에서 홍민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야수 자원에 집중한 롯데는 9라운드에서 다시 좌완 김현종(광명공고)까지 선택, 좌완 투수 3명을 품었다.
최근 롯데의 드래프트는 우완 투수, 내야수, 그리고 포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좌완 투수 선택이 최우선 기조로 세워졌던 시기는 지난 2016년 신인 드래프트다. 올해가 2016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2016년에는 5명의 투수를 모두 좌완으로 뽑으며 극편향적인 선택을 했고 올해는 우완 투수도 2명을 비롯해 내야와 외야에 골고루 선수들을 지명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결국 관심이 쏠리는 쪽은 좌완 투수다. 
지난 2016 드래프트에서 뽑은 5명의 좌완 투수들 가운데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안타깝게도 한 명도 없다. 1라운더 한승혁만이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해결하고 돌아와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3라운더였던 김남길은 군 복무를 하고 있고, 5라운더 김성재, 7라운더 안준영, 8라운더 임지유는 모두 꽃을 피우지 못하고 방출됐다. 
현재 1군에서 유일하게 활약하고 있는 토종 좌완 투수는 1982년생 노장 고효준 뿐이라는 사실은 롯데의 좌완 투수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좌완 투수의 질과 양 이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 차재용, 정태승 등 유망 자원들도 손에 꼽는 상황. 이들마저도 유망주라는 칭호가 어색할만큼 시간이 꽤 흘렀다. 한승혁의 올해 퓨처스리그 기록이 26경기 5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4로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게 고무적이긴 하지만 아직 1군에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미래와 현실이 모두 맞닿아 있는 고민이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좌완 자원은 부족하고, 미래를 생각해도 좌완 자원에 대해서는 암울하다. 허술한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지지부진한 투수 육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 총괄 인스트럭터를 영입했다. 과연 2020 드래프트에서 선택한 좌완 투수들은 롯데의 가장 가려운 부분들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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