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강준에게 장르물은 '신의 한 수'였다.
지난 25일 종영한 OCN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연출 안길호, 극본 한상운,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이하 ‘왓쳐’)의 가장 큰 수혜자로 불리는 이는 서강준이다. 실제로 드라마 후기에는 '서강준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연기자 서강준을 다시 봤다', '서강준의 재발견' 등의 반응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왓쳐'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세 남녀가 경찰 내부 비리 조사팀이 돼 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 드라마.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마지막까지 장르물의 재미를 놓치지 않아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으로 등극했다는 평이다.

서강준은 극 중 어머니가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한 순경 '김영군' 역을 맡아 활약했다. 서강준에게는 첫 장르물. tvN '치즈인더트랩', '안투라지', JTBC '제 3의 매력', KBS2 '너도 인간이니'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서강준이었지만 장르물 '왓쳐'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만큼 용기가 필요했을 터.
관계자에 따르면 서강준은 1년여 전 장르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한 차례 고사를 했다. 하지만 '왓쳐'는 서강준에게 운명이었을까. 올 봄 다시 연이 돼 서강준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렇게 결정하고 출연한 '왓쳐'는 그에게 또 다른 인생작이 됐다.

그간 보여줬던 타 드라마들이 아닌 장르물에서만 볼 수 있는 '서강준의 얼굴'이 통했다. 심리 연기와 액션, 두 분야에서 모두 탁월했던 것.
트라우마를 지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면 묘사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 그리고 완급조절은 그가 얼마나 캐릭터 분석과 연구에 고민했는지 엿볼 수 있게 했다. 아버지 사망 이후 기억 속 살인자의 얼굴이 변하자, 자기 자신까지 의심해야 하는 날선 감정을 날카롭고 세밀하게 그려냈던 것이나 어머니 사건의 진범을 기억해 낸 후에는 서늘하게 차가운 분노로 극을 압도한 부분 등이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호평을 받은 것은 눈빛 연기. 서강준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강점인 '눈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다. 15년을 쌓아둔 분노와 날카로움을 깊은 곳에서 끌어낸 서강준의 눈빛은 압권이었다. 김영군이 아버지를 잃고도 절제된 슬픔을 보여줬던 장면은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이 꼽은 명장면 중 하나다.
장르물에서 사실 '캐릭터'가 돋보이기는 쉽지 않는데 서강준은 배우 서강준을 지우고 뜨겁고도 차가운 온도차를 지닌 '김영군'이란 인물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그 만큼 드라마 초반에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벌크업을 해 몸이 만들었고 관련 다큐멘터리 탐독 등을 통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전언이다.
서강준은 “비밀 많고 사연 많은 드라마였기에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고 기대도 되는 작품이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넘치는 사랑을 보내주셔서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힌 서강준은 “앞으로도 다른 모습,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 되겠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을 찾아올 지 지켜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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