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데...".
김한수 삼성라이온즈 감독의 유격수 박계범(23)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박계범은 2014년 입단해 올해 비로소 기회를 받고 제몫을 하고 있다. 4월~5월 1군에서 뛰면서 초반 3할7푼의 타율을 과시했으나 부진에 빠져 다시 퓨처스 팀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8월 8일 콜업을 받았다. 다음날 이학주가 허리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자 대신 유격수로 나섰다.
이후 투타에서 견실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복귀 이후 14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5타점, 8득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유격수 수비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견고하다. 실책은 1개였다. 이학주의 공백을 전혀 느끼게 만들지 않고 있다. 이제는 박계범이 주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김한수 감독은 지난 27일 KIA와의 광주경기에 앞서 이학주의 근황에 대해 "2군 경기가 띄엄 띄엄 있다. 이제 1경기만 뛰었다. 컨디션을 보고 올려야 한다. 올라와도 선발로 나가야 하는데 상황이 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이학주를 불러올리지 않겠다는 우회적인 말이었다.
상황이 그렇다는 말은 박계범을 두고 이르는 것이었다. 아예 "계범이가 잘하고 있는데..."는 말을 했다. 풀이하자면 계범이가 아주 튼실하게 해주고 있는데 굳이 실전 점검이 되지 않은 이학주를 부를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박계범에 대한 김한수 감독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계범은 이어진 경기에서 김한수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이날 2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5타석에서 3타점을 만들며 소금같은 활약을 했다. 1회 무사 1루에서는 사구를 얻어 찬스를 이어주었다. 2회 무사 1,3루에서는 동점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5회는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성공했다.
그리고 2-1로 앞선 9회초 결정적인 타격을 했다. 2사 만루 기회에서 KIA투수 하준영을 상대로 볼카운트 1-2 불리한 가운데 직구를 노려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2타점 결정타를 날렸다. 이 안타는 8득점의 빅이닝을 이끌었다. 1경기 3타점은 4월 이루 두 번째였다. 갈수록 효자가 되고 있다.
경기후 박계범은 "요즘 잘 먹고 잘 쉬고 아프지 않으려 노력한다. 덕분에 좋은 결과 따라온다. 수비와 방망이 모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몫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해서 내년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