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과 정지우 감독이 '은교'에 이어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재회했다. 익숙한 만큼 친근한 입담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쥐락펴락했다.
김고은과 정지우 감독은 28일 저녁 방송된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DJ 배철수의 진행에 맞춰 '배캠' 청취자들에게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멜로 영화다. 과거 실제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제목을 착안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은교'에서 호흡한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이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고은은 데뷔작 '은교'에서 타이틀 롤 은교를 맡아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 신예로 단숨에 도약한 바 있다. 여기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멜로 드라마로 연이어 주목받은 배우 정해인이 남자 주인공으로 가세해 기대를 더한다.
이에 배철수는 "사실상 정지우 감독이 김고은 씨를 데뷔시킨 게 아니냐"며 감탄했다. 김고은은 "맞다"며 정지우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정지우 감독은 '은교'에서 김고은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신인을 캐스팅하기로 마음 먹고 300여 명 정도 봤다. 그러다가 고은 양을 만나고, 사실은 만나자 마자 '이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블루레이에 처음 만난 순간을 담았다. 정식으로 오디션 본 게 아니라 테스트 촬영 삼아 핸드폰 카메라로 누가 찍은 거다. 근데 호기심이 너무 많은 사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김고은은 "그때 사실 오디션 개념으로 만난 게 아니었다. 영화 감독님이라고 하시니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궁금하고 신기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질문을 했다.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갔으면 그런 질문들이나 제 본모습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워낙 제가 떨려도 하고 부끄럼도 많아서.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개념이라 저도 궁금한 거 많이 물어봤고, 다음 날 감독님이 오디션이란 말도 안 하시고 '아는 독백 같은 거 하나만 준비해서 사무실에서 한번 볼까요?'라고 하셨다. 그게 정식 오디션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열의 음악앨범'도 '은교'처럼 시나브로 섭외가 성사됐다. 김고은은 "처음엔 모니터링 부탁하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 역할 주인공 제안을 주신 거였다. '은교' 이후 한번도 감독님이 여자 주인공 제의를 주신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주실 때는 '네 순간을 담고 싶고, 잘 담을 자신이 있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저한테 말을 허투루 내뱉는 분이 아니시고 이 말을 하시기 전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출연 계기를 말했다.
정지우 감독은 "그래도 김고은 씨와는 조금 교감이 있는 편에 속했다"고 강조했고, 김고은은 "'은교' 때는 오롯이 제가 감독님을 의지했다. 그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작품까지는 감독님도 조마조마하셨을 것 같다. '이 아이가 잘 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 이후에는 제가 고민이 생길 때마다 감독님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화답했다.

정지우 감독은 김고은이 전도연과 '협녀', 김혜수와 '차이나타운', 윤여정과 '계춘할망' 등에서 호흡한 점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김고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자기가 존경하는 선배들을 찾아가서 한번씩 영화를 같이 한 것 같다. 전도연, 김혜수, 윤여정 등 대배우를 일부러 찾아간 것 같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김고은은 "그때는 그런 분들과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그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 배우는 게 엄청 많다. 10년에 걸쳐 배울 것을 2~3년에 배울 수 있던 것 같다. 속성 과외를 받은 느낌이었다. 저는 그냥 지켜만 봐도 배우게 되고 알게 되는 게 훨씬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고은은 "그렇게 해서 목표가 뭐냐"는 배철수의 질문에 "제 꿈이 다작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정지우 감독 또한 "저는 두 번 보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