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하선에게는 유머러스하고 당찬, 또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언니미'가 느껴진다. 출산 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채널A 금토드라마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극본 유소정, 연출 김정민, 이하 '오세연') 속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위태로운 사랑을 불같이 해냈던 '손지은'을 연기한 그 연기력은 단단한 내면에서 비롯된 힘이었다.
박하선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세연' 관련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과 종영 소감부터 차기작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세연'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드라마. 박하선이 연기한 '손지은'은 남편과 애정표현은 물론 감정적 교류조차 없었던 인물로, 윤정우(이상엽 분)를 만나면서 비로소 폭발적인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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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하선은 "좋은 분들과 작업했고, 시청자 반응도 점점 좋아졌다. 진짜 슬로건 대로 '서서히 깊숙이 시청자들에게 스며들 거예요'라고 했는데 요즘에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반응을 찾아보는 저를 보면서 '어떻게 나 처돌이야. 어떡하지?' 싶었다"며 시청자들의 호평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작품을 '평생작'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제가 한 드라마 중에 제일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채널에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좋은 장비로 찍어주셨다. 촬영감독님이 저를 너무 잘 아신다. 안 예쁜 각, 예쁜 각, 초반에 영화보다 더 공들여서 찍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화장품 광고보다 더 '미음(ㅁ)' 자로 조명을 댈 정도로, 스태프들의 '열일'이 아름다운 영상미를 만들어냈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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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적인 것 말고도 이 작품을 평생작으로 꼽는 이유가 있다. 박하선은 "호흡이 유독 잘 맞은 드라마다. 좋은 댓글들도 많이 캡처해놨다. 버티기 힘들 때 보면 '그래 나 좋은 이야기도 들었었지', '나를 이렇게 좋아했던 분들이 있었지' 생각하며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보통 시청률이 안 나오면 현장 분위기가 다운되는데, 그런 것 없이 힘을 너무 많이 받았다. 물론 지금까지 좋은 팀도 많이 만났지만 역대급이었던 것 같다"며 현장 분위기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박하선에게는 사실 '평생작' 이전에, 출산 후 첫 복귀작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붙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7년 8월 득녀해 소중한 가정을 꾸렸다.
박하선은 "저희 드라마에서도 나오는데 '나는 이제 누구의 아내가 아닌 누구의 연인이 아닌 나로 삽니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많은 기혼 여성분들을 대변하는 말 같았다. 그 무게가 있지 않나. 아내, 며느리, 엄마… 어렸을 때부터 느꼈는데 저희 집이 안 좋을 때 힘들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도 내가 빨리 잘 돼서, 내가 성공하고 돈을 벌어야 우리집이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바로 서 있고 내 일을 내가 잘하고 나중에 내 아이한테도 네 일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큰 과제다. 얘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게끔 해주는게 목표인 것 같다. 아내로, 엄마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많은 육아서적을 읽었다. 읽으면서 '엄마가 행복해야 애가 행복하다'는 말이 많았다. 제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그건 결혼 전에도 생각했던 것이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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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이 박하선에게 예능 출연을 적극 추천했을 만큼, 실제로 만난 박하선은 유머러스하고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예능감의 정도에 대해서는 "저는 잘못 태어났다. 할리우드 스타일이다"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 "저는 솔직하려고 이야기하는데 셀 때도 있어서, 영어를 배워야하나.(웃음) 이상엽 씨와는 코드가 잘 맞았다. 뭐든 잘 받아쳐준다. 로코로 만나면 되게 좋을 것 같다. 예능 좋아하고, 저 재밌는데… 하하. 기다리고 있다. 요즘 예능 시대이기도 하고 온전히 저로서 나가는 예능이면 좋을 것 같다. 열려 있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으로 육아예능을 안 하시는 거냐'는 질문에는 "제가 자신 없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닐 거다"고 폭탄 발언(?)을 해 모두를 웃게 했다. 이어 박하선은 "그분(남편)은 좋으실 거다. 저는 솔직한 편이라서 잘 못 숨긴다. 주변 지인들이 말리더라. '너희 오빠는 좋을 것 같아. 근데 너는 하지마'라고. 저는 그냥 작품으로, 저의 예능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되게 조심스러운게 서른 되면 욕 안 먹을 줄 알았다. 20대는 마냥 예쁘다, 귀엽다는 반응이었다면 30대가 되니까 '머리가 왜 이렇게 기냐', '애는 누가 보냐'는 반응도 있어서 아직은 조심스럽더라. 마흔 되면 괜찮아질까? 하하"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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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박하선은 '단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 그것이 때론 족쇄처럼 느껴지진 않았을까. 그는 "단아하다는 게 너무 감사하지만, 단아하다는 말은 요즘 시대에 적용되기 어려운 말 아닌가 싶다. 어디서 단아해야 할까"라며 웃음 지었다.
앞으로 박하선은 쉼없이 달릴 계획이다. 그는 "진짜 못된 역도 잘할 수 있다. 너무 착하지만은 않은 거다. 어떻게 착하기만 하나. 못된 역도 할 수 있고 악역도 할 수 있고, 스스로 걸크러시에 좀 가깝다. 뻥뚫리는 역할도 좀 해보고 싶고 저도 꾸미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며 "멜로도 하고 싶고, 시원한 역할도 하고 싶다. 저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하고 싶은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배우를 '천직'이라 쉬는 동안 오히려 생각하게 됐다는 박하선. 그는 "쉬는 거를 원래 안 좋아한다. 쉬면 사실 할 게 없다. 5년 쉬면서 여러 취미도 만들고 다 해봤는데 결국엔 이것만큼 재밌는게 없다. 뭔가 한번 빠져들면 서서히 깊숙이 들어가는 직업인 것 같다. 천직인 걸 쉬면서 느꼈다"며 "옛날엔 서른쯤에 결혼하고 애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하이킥' 때 인터뷰한 적 있었다"고 웃음으로 털어놓기도. 이어 "요즘에는 평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만한 일이 없는 것 같다"며 "뭐를 해도 다 도움이 된다. 이번에도 힘든 신을 찍는데 '내가 그러려고 그때 힘들었나보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힘들어도 도움이 되고 내가 무슨 취미를 해도 도움이 되는 거다. 지금 진짜 감사하게 하고 있다. 제가 이걸 20대 때 알았으면 좀 더 달라졌을 텐데 그땐 몰랐다. 요즘 그 생각을 많이 한다. 20대 여배우들 보면 되게 안아주고 싶다. '힘들겠지?' 무슨 마음인지 너무 잘 아니까. 가서 안아주고 싶다. 갇혀 살 수밖에 없고 그게 좀 안타깝다. 본인이 깨고 나오면 되는 건데"라고 진솔하게 털어놨다. / besodam@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