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웰컴2라이프' 감독도 인정한 이유 #초심 (종합)[Oh!쎈 현장]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9.02 17: 20

가수 비에서 배우 정지훈으로 다시 존재감을 세웠다. '웰컴2라이프' 감독 앞에서 초심으로 돌아간 연기자 정지훈의 이야기다.
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에서 MBC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4인방 정지훈, 임지연, 곽시양, 신재하와 드라마를 연출하는 김근홍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웰컴2라이프'는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 쫓던 악질 변호사 이재상(정지훈 분)이 사고로 평행 세계에 빨려 들어가, 강직한 검사로 개과천선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수사물이다. 최근 방송가 월화극 시장에서 각종 시청률, 화제성 지수 면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사진=MBC 제공] '웰컴2라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정지훈(왼쪽)과 김근홍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지훈은 평행세계를 오가는 주인공 이재상을 맡으며 작품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그는 주인공 이재상의 이름을 따라 '이재X', 'X변'이라고 불릴 정도로 극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 2막을 맞았다. 
그렇다고 정지훈이 시작부터 호평 받았던 것은 아니다. 첫 방송 전만 하더라도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이유로 흥행 실패의 부담을 홀로 떠안았기 때문. 이에 그는 드라마 복귀작인 '웰컴2라이프'를 통해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품고 있었다. 
[사진=MBC 제공] '웰컴2라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정지훈.
이와 관련 정지훈은 '웰컴2라이프' 첫 방송 이후 심정에 대해 "제가 사실은 그룹으로 데뷔를 1998년도에 했다가 잘 안 돼서 2002년에 비라는 이름으로 시작한지 거의 한 2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 느낀 게 '정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없구나', '열심히 해도 어떤 시간과 상황이 받쳐줘야 하는 구나',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본분이지'라는 거였다. 이번 작품은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내가 했던 색깔들을 연기라고 할 수 있었나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는 단 한번도 제 입으로 배우라고 한 적은 없지만 늘 열심히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다르게 생각했다. 내가 늘 잘하던 걸 몇년간 울궈먹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사실 이 작품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가 수련, 단련의 길 어떠한 또 다른 저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그런데 감독님이 그 말씀을 드렸을 때 '한 20%는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해주시더라"라며 "첫 방송 전에 최선을 다했으니 되고, 안 되고는 하늘의 뜻이라고 했지만 저로서는 상업적인 면보다도 '내 연기가 어떨지'가 굉장히 칼날같았다. 내가 이런 연기를 했을 때 보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했다. 첫 방송 이후 안심보다는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정지훈은 "그런데 상업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호평해주셔서 지금도 신나게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다른 것보다도 현장에서 분명히 힘들 때가 있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게 어떤 것보다도 좋다. 물론 저도 젊지만 더 젊은 친구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요즘 기분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사진=MBC 제공] 가수 겸 배우 정지훈이 '웰컴2라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특히 그는 "저는 '왜 감독님이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나한테 들어갈 때가 다르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저 없이는 안 될 것 같다는 정도로 얘기해주시더라. 그런데 두 번째 촬영 때 제 가슴에 못을 박으셨다. '이렇게 연기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소리지르면 안 됩니다. 이런 패턴은 안 됩니다'라고 하신 거다. 웬만하면 다른 감독님은 저한테 귓속말로 해주시는데 모든 배우가 있고 스태프들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게 약간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정지훈은 "그때 내가 감독님을 이긴다면, 내가 잘하는 거 말고 감독님이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 시청자 여러분이 다르게 봐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날 마음 먹은 게 '감독님이 뭐라고 하면 다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여기서 내가 만약에 진다면 이건 내가 이재상이라는 역할을 해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지훈은 "그런데 감독님의 비판이 대중의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거나, 한번 나오는 단역 연기자에게도 전혀 예외가 없었다"며 "심지어는 정말 나이 많은 선배님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그런 걸 보고 오히려 저는 감독님께 굉장한 신뢰를 느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끝나 전까지 감독님과 어떻게든 싸워서 이겨내면 어떤 무언가, 또다른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래서 꾸준히 현장에서 이렇게 지적해주시거나,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군소리 안하고 다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만큼 감독님에게 신용과 신뢰가 있었고 감독님이 정말 제게는 큰 힘이 됐고, 그래서 첫 방송을 하고 난 뒤에 '조금 더 욕심낼 걸' 하는 게 있었지만 감독님을 믿고 따라왔다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제공] '웰컴2라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근홍 감독이 정지훈에 대해 호평했다.
이에 김근홍 감독은 "정지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하시더라. 사실 거절 당했다. 한달동안. 그때 이 드라마가 가냐, 마냐 했다. 그러다가 정지훈 씨가 비행기에서 대본을 다시 보시고 하시겠다고 하셔서 한 달 만에 다시 하게 됐다. 저도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영화 제작발표회에 갔다. 어떤 심정이었겠나. 자신감도 잃을 수 있고, 그때 지훈 씨가 '저 작은 단편영화라도 해서 연기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저하고 했을 때 그 정도로 연기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게 보였기 때문에 감독, 연출 입장에서 최대한 도와주자고 했다"고 화답했다.
그는 "해내는 건 배우가 하는 거다. 최대한 모니터링도 하고 얘기도 들어주고, 본인이 그런 부분도 다 소화하고 있다"며 "한번도 늦은 적 없고, 리허설 해보면 준비했는지 안 했는지도 아는데 리허설만 3~4가지를 준비해오더라. 밤새 잠을 안 자고 준비해온 거다. 테이크를 세 번 가면, 그 세 번이 다 다른 게 정지훈 씨다. 그 정도로 노력하니까 제 입장에선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더 예민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제 입장에선 최선을 다 하는 건데 그걸 자꾸 '혼낸다'고 하더라. 그 이유를 말하자면 현장에는 '공공의 적'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제가 한 것"이라며 "연기도 제가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그렇게 하는 거다. 저는 운동장 바깥에서 지켜볼 뿐이다. 운동장 안에서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얘기하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제공] 배우 정지훈이 '웰컴2라이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신뢰를 쌓은 결과 정지훈은 오랜 팬들 사이에서도 이재상으로 인정받았다. 심지어 그는 "예전엔 식당에서 서비스 주는 게 인기의 척도였는데 '요즘 드라마 잘 보고 있다'며 서비스를 주시더라"라고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엄복동'에서 '이재상'으로 변신한 정지훈의 활약이 절반을 돈 '웰컴2라이프'의 2막에 믿음을 더하고 있다. / monami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