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애스트로스 벌랜더가 생애 세 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벌랜더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해 9이닝 1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고 개인 통산 세 번째 노히트노런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노히트 게임을 세 번 이상 기록한 투수는 벌랜더가 6번째다.
올 시즌 29경기(193이닝) 17승 5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중인 벌랜더는 유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상 후보다. 팀 동료 게릿 콜(27G 15승 ERA 2.85)에게 잠시 밀리는듯 했지만 노히트노런 경기를 통해 다시 우위를 점했다.
![[사진]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19/09/03/201909030400777770_5d6d689b52d74.jpg)
올해 만 36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벌랜더는 전성기 못지않은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몇몇 지표에서는 오히려 올 시즌 커리어하이를 노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011년(2.40), 2018년(2.52)에 이어서 세 번째로 낮고 조정평균자책점(리그 득점 환경과 파크 팩터 반영, 100이 리그 평균)은 177로 커리어하이다. 피안타율(0.166)과 WHIP(0.77) 역시 커리어하이다.
반면 안좋은 의미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지표도 있다. 바로 33개에 달하는 피홈런이다.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0.167)를 제치고 역대 최저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피안타 억제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고 있는 벌랜더이지만 홈런만큼은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벌랜더는 올 시즌 114피안타를 기록했는데 이중 33개가 홈런이다. 허용한 안타의 28.9%가 홈런이 된 것이다.
벌랜더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속구 포심이 피홈런의 원인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1경기는 스탯캐스트가 설치되지 않은 몬테레이에서 열려서 누락)에 따르면 벌랜더의 포심은 55피안타와 22피홈런을 기록했다. 포심이 허용한 피안타의 40%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피홈런을 많이 허용하고 있지만 벌랜더의 포심이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균 구속이 시속 94.6마일(152.2km)에 달하는 벌랜더의 포심은 피안타율이 2할1푼3리(258타수 55안타)에 불과하다. 헛스윙%는 31.3%, 삼진%는 31.1%로 모두 리그 최정상급이다.
다만 22피홈런을 기록하면서 벌랜더 포심의 피장타율은 0.543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0.330으로 포심 150타수 이상 기록한 투수 88명 중 네 번째로 높았다.

벌랜더가 위력적인 구위를 가졌음에도 포심 피홈런이 많은 이유는 벌랜더의 투구 전략 때문이다. 올 시즌 벌랜더가 허용한 홈런을 보면 모두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몰리거나 높은 코스로 들어간 공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벌랜더는 이전부터 높은 포심을 즐겨사용했다. 하이 패스트볼과 회전수를 중요시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한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높은 포심과 낮은 변화구를 조합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벌랜더의 변화구는 더욱 위력적인 구종이 됐다. 벌랜더의 슬라이더와 커브는 이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위력적인 구종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마구에 가까워졌다.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1할1푼4리(255타수 29안타)와 삼진% 40.6%, 커브는 1할8푼5리(108타수 20안타) 34.8%를 기록했다.

결국 벌랜더는 포심을 던질 때 피홈런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감수하고 변화구의 위력을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올 시즌 벌랜더는 성적으로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벌랜더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많은 피홈런에도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홈런을 맞아도 주자가 없으면 1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실제 야구에서 구현한 것이다. 벌랜더는 33피홈런 중 27개를 모두 솔로 홈런으로 맞았다. 주자가 있을 때 홈런을 허용한 것은 투런 홈런 5개와 스리런 홈런 하나가 전부다. 주자가 출루하는 일 자체가 적다보니 홈런을 맞아도 큰 부담은 없다. 전체 57실점 중 홈런으로 인한 실점이 40실점으로 홈런이 아닌 방법으로 벌랜더에게 점수를 뽑아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벌랜더이지만 여러 구설수도 오르내렸다. 공식적으로 자신의 피홈런이 공인구 때문이라고 불만을 표출하는가하면 클럽하우스에서 특정 기자의 출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이영 상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 사이에서는 벌랜더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벌랜더는 2016년 탬파베이 레이스 기자들이 표를 주지 않아 사이영 상 수상에 실패(1위 릭 포셀로, 2위 벌랜더)한 경험이 있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한 벌랜더는 압도적인 투구로 생애 두 번째 사이영 상을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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