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해 가을야구를 이끈 에이스 키버스 샘슨(28)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한화 외국인 투수 역대 최다 13승을 올리며 리그 탈삼진 1위(195개)를 차지한 샘슨이었지만 한화는 더 강한 투수를 찾았다. 에이스로 점찍고 데려온 선수가 워윅 서폴드(29)였다.
한화로선 굉장한 모험이었다. 샘슨은 평균자책점이 4.68로 비교적 높고, 이닝 소화력도 떨어졌지만 그래도 10승 이상 거둔 검증된 투수였다. 한국 적응도 따로 필요 없었다. 100만 달러 상한액에 맞춰 서폴드를 데려왔지만 KBO리그에선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서폴드는 시즌 초반 더딘 적응으로 애를 먹었다. 3~4월 7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75로 부진했다. 구속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지며 투구 패턴도 단조로워졌다. 샘슨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외침이 따가웠다.

하지만 날이 풀리기 시작한 5월부터 구속이 올라왔고, 포심-투심-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이 통하기 시작했다. 결정구 체인지업, 느린 커브의 위력도 배가 됐다. 5월 이후 20경기에서 8승7패 평균자책점 3.27으로 안정적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2.25는 리그 5위에 빛난다.
시즌 전체 성적은 27경기 164⅓이닝 9승11패 평균자책점 3.89. 10승에 1승만을 남겨놓았고, 이닝은 리그 전체 3위로 상위권이다. 한 달가량 시즌이 남았지만 지난해 샘슨의 161⅔이닝을 넘겼다. 6이닝 이상 투구가 18경기로 지난해 샘슨(16경기)보다 많다.
팀에서 기대한 ‘이닝이터’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닝당 투구수 16.6개로 지난해 샘슨(18.8개)보다 2개 이상 적고, 9이닝당 볼넷도 2.79개로 샘슨(4.40개)보다 적게 내주고 있다. 최근 8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로 기복도 없다. 시즌 QS도 16경기로 샘슨(15경기)를 뛰어넘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연일 “에이스다운 피칭”이라며 서폴드에게 신뢰를 보낸다. 서폴드 역시 “선발투수라면 항상 100구 이상 던져야 한다”며 “시즌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방심하지 않고 매 순간 공격적인 피칭으로 집중하겠다”고 자신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내년 시즌 재계약도 충분히 긍정적이다.

한편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샘슨은 부상으로 6월에야 실전 투구에 나섰다. 루키리그, 더블A를 오가며 6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