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경 “살롱 드 오수경 3집, 가장 자전적인 앨범” [3시의 인디살롱]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9.05 14: 32

프랑스 파리 생활을 마무리짓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멤버들과 정규 3집을 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서사를 가장 잘 담아낸 자전적 앨범”이라고 한다. 뮤지션 오수경 이야기다. 지난달 나온 살롱 드 오수경 3집 ‘데미안’을 들어보면, 한 인간의 성장이 때로는 빠른 교차편집으로, 때로는 한없이 느린 화면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바로 행군, 표류, 절망, 회개, 인정, 구원, 평화라는 이미지였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오수경을 만났다.
= 한국에는 완전히 돌아온 것인가.
“2018년 12월에 귀국했다. 귀국하니 멤버들(바이올린 장수현, 첼로 지박, 베이스 고종성) 모두 스케줄 잡기가 힘들 정도로 바쁘더라.”

오수경 제공

= 이번 살롱 드 오수경 3집도 사운드노바에서 나왔다. 홍세존 대표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고등학생 때부터 알게 됐다. 재즈동호회 모임을 에반스(홍 대표가 하는 재즈클럽)에서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오수경 제공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나.
“다섯 살 때부터 좋아했다. TV에서 나오던 ‘맥가이버’를 들으면서 멜로디언으로 치고 할 정도였으니까. 여덟 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그 학원이 이번 3집 수록곡이기도 한 ‘영 피아노’다. 이후 질풍노도 사춘기를 보내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클래식 음악은 아니구나’ 싶어 중3 때 재즈 피아노로 옮겼다. 곡은 고3 때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실린 ‘바다와 나비’가 처음 쓴 곡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또 ‘재즈도 아니구나’였고, 이후 한 장르로 뭉쳐지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의 곡을 퍼트리기만 했다. 30대가 되면 이를 하나의 컨셉트로 해서 앨범을 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2013년에 나온 것이 살롱 드 오수경의 1집 ‘살롱 드 탱고’다.”
cf. 살롱 드 오수경, 오수경 디스코그래피
2012년 9월21일 오수경 EP 시계태엽 오르골
2013년 10월10일 살롱 드 오수경 1집 Salon de Tango :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재즈상
2014년 5월16일 살롱 드 오수경 싱글 회전목마
2015년 8월13일 살롱 드 오수경 2집 파리의 숨결
2019년 8월5일 살롱 드 오수경 3집 데미안
= ‘살롱 드 탱고’는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등 온갖 영화를 다 누렸다. 그리고는 다음해 갑자기 파리로 떠났다.
“상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강박관념이 찾아왔다. 2집은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려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것이었다. 1집에 다 털어놓아 소스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1집 활동과정에서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했다. 이러다 죽겠다, 살아야 한다, 생각에 파리로 간 것이다. 그게 2014년 3월 일이다.”
= 멤버들이 뭐라 안 했나.
“아쉬움, 서운함 같은 것은 있었지만 ‘언니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런 식이었다. 내 선택을 지지해줬다.”
= 왜 하필 파리였나.
“2012년 여름에 혼자 다녀온 적이 있다.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다시 행복해지고 싶었다.”
= 연고가 없었을텐데.
“바람이 간절하다보니 잘 풀렸다. 한국말 잘 하는 프랑스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마침 그 친구 집의 방이 하나 남아서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에서 지낼 수 있었다.”
= 그러면서 베르사이유 국립음악원을 다닌 것인가.
“2년제인데, 재즈과를 수석으로 입학해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이 있었지만 피아노는 저 한 명이었다.”
= 2015년의 2집 ‘파리의 숨결’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프랑스에서는 바캉스 시즌에 3개월을 화끈하게 논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녹음 하고 속전속결로 끝냈다. 파리에는 삶을 살고 싶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생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공기가 있는 것이다. 이를 ‘파리의 숨결’로 표현하고 싶었다.”
= 2집 이후 4년만에 3집 ‘데미안’이 나왔다. 어떤 앨범인가.
“앨범 소개글에도 썼지만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처럼,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자전적 의미가 큰 앨범이다. 그런데도 오수경 1집이 아니라 살롱 드 오수경 3집으로 낸 것은, 우리 멤버들 아니면 이런 사운드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아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음악적 표현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수경 제공
= 앨범 재킷에 여성이 있고 꽃이 있다. 본인인가. 그리고 어디인가.
“앨범이 자기 자신을 비춰보는 내용이라 재킷에도 거울이라는 오브제가 필요했다. (삶이라는 것이) 결국 꽂을 피워내고, 결국 시들어 죽음을 맞이한다. 촬영지는 베르사이유 궁전 인근의 호수가다. 모델은 내가 아니다.”
= 몇 곡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어느 곡을 들어보면 좋을까.
“‘유목적 표류’, ‘목이 긴 여자’, ‘바다와 나비’, 이렇게 들으면 될 것 같다.”
= 좋다. 먼저 ‘유목적 표류’.
“완성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곡이다. 스물네 살 때 대학 편입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그 이전까지 상복도 있었고 탈락이라는 것을 몰랐다. 나름 절망했다. 그날 피아노에 앉아 피아노를 치면서 ‘그래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나아갈 거야’ 생각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 곡의 앞부분을 썼다. 이후 파리에 와서는 마치 배가 난파한 느낌을 받았다. 파리가 그렇게 좋아서 갔는데도 나는 여전히 김치 없으면 밥을 못먹는 한국사람이구나, 싶더라. 그래서 후반부를 완성시켰고, 가장 한국적인 곡이 나오게 됐다. 두 덩어리를 붙인 셈이다.”
= ‘목이 긴 여자’는 어떤 곡인가.
“귀국하기 한 달 전에 완성했다. 거울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오래도록 관찰하니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인정하게 됐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인정해버리니 끝에 평화가 찾아왔다.”
= ‘유목적 표류’도 그렇고 이 곡 ‘목이 긴 여자’에서도 그렇고, 피아노는 인생의 위기 순간을 표현하는 것 같다.
“나도 생각 못한 부분이다. 뉘앙스가 그럴 수 있겠다. 난파도 그렇고, 정신파탄도 그렇고.”
= ‘바다와 나비’는 어떤 곡인가.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나비는 순수한 자아, 바다는 가혹한 현실을 말한다. 아무도 내게 바다의 수심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것도 몰랐다. 세상이 그처럼 가혹하고 차가운지를.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내가 바다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도록. 이 곡을 앨범의 거의 끝인 8번 트랙에 배치한 이유다. 이 노래는 정말 내 퍼스널리티가 가장 많이 담긴 곡이다.”
= 서사 흐름상 마지막 곡 ‘레미제라블’을 안들어볼 수가 없다. 그런데 첫 음이 나오자마자 성당이구나 싶다.
“맞다. 파리의 이름 모를 성당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아무런 긴장감 없는 평안함, 요동이 없는 슬픔, 회개, 용서, 구원, 이런 것이다. 이 곡은 파이프오르간을 넣어 다시 녹음을 해보고 싶다.”
= 이번 앨범은 CD로도 나왔지만 LP로 발매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첼로와 베이스의 저역이 더 돋보일 것 같다.
“홍세존 대표님도 LP 얘기를 하셨는데, 고민해봐야겠다.”
= 공연계획은 잡혔나.
“일단 오는 7일 토요일 서울 은평 한옥마을의 일루와유 달보루에서 (피리 생황 양금 연주자) 박지하씨와 공연을 갖는다. 29일 일요일에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 나가고, 10월4일에는 강원 인제 폴 인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며 어떤 삶을 살텐가.
“배우는 배역 따라, 뮤지션은 노래 따라 간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내 마음 속에서 외치는 소리를 잘 듣고 그대로 행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 뭔지는 안다. 그래서 CD 플레이도 되고 LP 재생도 되는 오디오를 사서 듣고 싶은 CD,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그동안 갖고 있던 500여장의 CD를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쌓이면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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