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뭐든지프렌즈' PD "개그맨 예능 징크스 못깨..멤버들 미안" (인터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9.05 16: 05

“개그맨들에게 미안할 따름”
박나래, 양세형, 양세찬, 황제성, 홍윤화, 문세윤이 코미디가 아닌 예능을 위해 뭉쳤다. “개그맨들이 모이면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8부작으로 종영하기까지 연출을 맡은 김유곤 PD의 아쉬움은 크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tvN ‘뭐든지 프렌즈’는 박나래-양세찬, 황제성-양세형, 문세윤-홍윤화가 매회 다른 주제를 듣고 세트에 있는 물건들 중 앙케이트 순위 TOP5를 유추해야 하는 '뭐든지 랭킹마트'와 준비된 음식들 중 실제로 판매되는 음식을 찾아야 하는 '맛탐정 프렌즈' 푸드코트 코너로 구성된 본격 대환장 사비 탕진 버라이어티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분장을 하고 나온 이들이 팀을 이뤄 앙케이트에 맞는 정답을 맞히며 해당 물품을 실제 개인 카드로 현장 결제하는 쇼킹한 포맷이었다. 또한 실제 파는 음식을 맞혀야 하는 신 개념 먹방도 참신했다. 멤버들은 물론 김지민, 주우재, 유세윤, 이상준 등 게스트들도 나와 웃음을 보탰다. 
지난 4일 8부작을 끝으로 조용히 종영했는데 화제성에 비해 다소 낮은 시청률 수치가 아쉽다. 이를 두고 김유곤 PD는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멤버들은 모두 괜찮고 매력적이다. 저의 구닥다리 연출이 그들의 매력을 막은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되더라. 제가 풀어가는 스타일이 요즘이 아닌 옛날 스타일이라 반성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MBC에 입사한 김유곤 PD는 조연출 당시 '노브레인 서바이벌'에 출연해 웃기는 PD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나는 가수다' '세바퀴' '놀러와' ‘나는 아빠다’ 등을 히트시켰고 tvN으로 이적해서는 ‘둥지탈출’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었다. 
‘뭐든지 프렌즈’는 그가 잘하는 가족 예능에서 벗어나 개그맨들과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 특히 첫 방송 전 그는 “방송가에는 '개그맨들만 모이면 잘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바다. 문세윤 역시 “안 망했으면 좋겠다. 개그맨들끼리 해서 파일럿에서 레귤러가 되지 못한 프로그램들이 몇 개 있다. 저희가 그런 징크스를 깼으면 좋겠다. 잘 안 되면 전적으로 김유곤 CP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 
콩트, 퀴즈, 먹방, 음악까지 다채로운 포인트가 곳곳에 즐비했지만 어쩐지 시청률은 1%대를 넘지 못했다. 김유곤 PD는 “보면 재밌는데 보게끔 하는 게 만드는 시청자 유입 동기가 부족했다. 개그맨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니까 즐거워했는데 제가 연출을 더 잘해서 시청자들이 다각도로 유입 되게 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겸손하게 몸을 낮췄다. 
이어 그는 “프로그램은 연출자가 방향을 결정하는 거다. 개그맨들은 잘해줬다. 개그맨들이 주인되는 프로그램이 됐다면 좋을 텐데 의욕만 앞섰다. 미안함이 있다. 연출자에 의해 출연자의 매력이 돋보여야 했는데 꿰는 걸 제가 잘 못했다. 이들의 매력이 더 돋보일 방식은 이게 아니었구나. 사람이 더 보여야 했는데 새로운 틀만 보여드린 것 같다. ‘캠핑클럽’ 처럼 이들의 자연스러운 케미를 고민했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재미는 확실했다. 박나래와 양세형의 ‘케미’는 명불허전이었고 양세형과 황제성의 맛깔난 입담과 톰과 제리 호흡은 유쾌했다. 문세윤과 홍윤화의 먹방은 믿고 보는 그림이었고 붐의 진행좌 아르바이트생으로 첫 예능에 도전한 배우 이시원은 활기찼다. 포맷은 달라지더라도 이들 조합으로 다음 그림을 기대해 볼 만한 셈이다. 
김유곤 PD는 “다들 젊고 에너지가 있더라. 박나래와 양세찬의 호흡은 참 잘 맞았다. 특히 양세찬이 이 공간에서 돋보였다. 박나래 양세형이야 워낙 잘했고 황제성 홍윤화 문세윤도 잘해줬다. 이들의 매력이 성장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는데 미흡했다. 개그맨 집단 예능 징크스를 깨고 싶었는데 이번에 못 깼다. 영리하고 신중하게 다음 카드를 써야겠다.
시청자들의 기대와 가치에 부합하도록, 마냥 웃긴 게 아닌 다른 류의 가치를 고민해봐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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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뭐든지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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