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이정후 안타, KBO 기록원이 밝힌 실책 아닌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9.18 13: 04

이정후의 발이 채드벨의 퍼펙트, 노히터를 저지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채드벨(30)은 17일 대전 키움전에서 7회 투아웃까지 단 하나의 안타, 사사구도 내주지 않았다. 퍼펙트 피칭. 지난 1982년 출범 후 KBO리그 38년 역사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퍼펙트 게임’에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오를 때 이정후(21·키움)가 나타났다.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채드벨의 2구째 147km 직구를 쳤다. 채드벨의 볼끝에 밀린 듯 빗맞아 스핀이 먹힌 타구는 애매하게 유격수 쪽으로 튀었다. 한화 유격수 오선진이 앞으로 달려들어 맨손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이정후가 빠르게 1루로 들어갔다. 

이정후 /youngrae@osen.co.kr

실책으로 볼 수 있는 타구였지만 전광판에는 실책 대신 안타로 표출됐다. 채드벨의 퍼펙트는 물론 노히터도 좌절된 순간. 반면 이정후는 200안타 희망을 이어가며 희비가 엇갈렸다. 안타와 실책 사이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BO 공식 기록원이 안타로 판단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기록을 맡은 윤병웅 KBO 기록위원은 경기 후 “타구가 약간 느렸다. 유격수가 급한 나머지 글러브가 아닌 맨손으로 처리하려 했다. 글러브를 댔다면 실책으로 판단했을 것이다”며 “맨손으로 공을 잡아도 러닝스로까지 감안하면 1루에서 아웃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채드벨 /rumi@osen.co.kr
그 이유는 이정후였다. 윤병웅 기록위원은 “이정후가 좌타자이고, 발이 빠르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맨손 캐치를 하더라도 오선진은 역동작에 걸려 있었고, 1루 송구를 위해 몸을 비틀어야 했다. 좌타자 이정후의 빠른 발을 감안하면 송구가 이뤄져도 1루에서 살았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채드벨이 퍼펙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록원으로서 부담스런 상황이긴 했다. 기록위원장을 역임한 베테랑인 윤병웅 기록위원은 “퍼펙트에 노히터도 걸려 있었다. 그런 경우 기록 판정에 있어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다. 
채드벨도 이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그는 “이정후의 발이 빠르기 때문에 공이 맞는 순간 내야안타를 직감했다. 잡기 어려운 타구였고, 오선진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퍼펙트가 깨진 것에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채드벨은 퍼펙트가 깨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8회까지 2피안타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10승째를 올렸다. 이정후는 9회에도 안타 하나를 더 추가하며 멀티히트를 기록, 시즌 안타수를 189개로 늘렸다. 남은 시즌 4경기에 200안타 도전 가능성도 이어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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