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수도 빅버드 망친 종교 행사...'졸속 행정' 재단은 수수방관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09.19 13: 22

축구 수도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무책임한 모습의 졸속 행정이었다.
지난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가 주관하는 '만국회의'가 열렸다. HWPL은 한 종교 집단의 위장단체이며 교주가 HWPL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년 째 진행되고 있는 만국회의는 앞서 2017년 화성, 2018년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도 열린 바 있다. 그때도 국민체육 시설 사용 유무를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린 바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사장 경기도지사 이재명, 이하 재단)은 이러한 과거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지난 7월 이 종교 단체에 경기장 대여를 허가했다.
무분별한 경기장 대여의 후폭풍은 컸다.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국회의가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기독교 단체와 피해자 단체가 대관 취소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 종교 단체의 피해자들은 지난 11일 경기도청 앞에서 대관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다음 날 경기도청이 여러 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취소를 통보하는 공문을 HWPL에 보냈다.
그러나 취소 공문에도 행사는 강행됐다. 이 종교 단체의 교인들은 전날 17일부터 수원월드컵 경기장에 삼삼오오 모여 만국회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17일 점심 이후부터 종교 단체의 교인들은 경기장 내부서 행사 준비에 힘썼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행사 전날부터 교인들은 관중석에 스피커와 음향 장비를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주변에서도 여러 장비를 가져다 놨다"라고 설명했다.
종교 단체의 교인들은 경기장 내 스카이박스와 엘리베이터를 점거하고 행사 준비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결국 경기장을 관리할 책임을 가진 재단이 수수방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다음 날인 18일 이 종교 단체는 새벽부터 경비를 세워 행사 진행을 위해 경기장 출입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과 종교 단체, 경기장 운영의 주체가 뒤바뀐 상황이다.
이처럼 종교 단체의 행사 준비를 수수방관했던 재단은 행사가 진행된 18일 뒤늦게 건조물 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로 고소에 나섰다.
'뉴스1'에 따르면 재단은 "17일 이 단체가 주경기장을 무단 침입해 점거하고 있어 경기장 안전 및 관리 운영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재단의 보여주기식 고소는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아침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찬 채 만국회의는 성황리에 진행됐다.
교인들은 경기장에서 집단 메스 게임을 비롯해 여러 행사들을 가지며 그들만의 축제를 즐겼다. 이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재단의 수수방관으로 인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수원 삼성만 가슴앓이를 하게 생겼다. 수원은 오는 21일 상주 상무와 K리그1 30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원은 상주에 승점(39점)에서는 동률이나 다득점(수원 36골-상주 35골)에서 앞선 불안한 6위를 지키고 있다.
18일 FA컵 4강 1차전마저 화성 FC에 0-1로 패한 수원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망가진 잔디 등 여러 부담 속에 경기에 나서야만 한다.
사전에 문제가 될만한 집단에 경기장을 대여하며 말썽을 초래한 재단은 종교 단체의 행사 준비를 수수방관했을 뿐만 아니라 어설픈 사후대처로 졸속행정의 끝을 보여줬다. /mcadoo@osen.co.rk
[사진] 아래는 인터넷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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