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7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7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0승을 수확했다. 이날 승리로 유희관은 두산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7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것은 유희관이 네 번째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서 10년 연속 10승(1989-98년)을 달성했고 정민철(1992-99년)과 장원준(2008-11년, 2014-17년)이 8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다.

유희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런 기록을 내가 달성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느린 구속 때문에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인정을 못받는 것 같지만 묵묵히 내 역할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공이 느려도 성공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28.8km에 불과하다. 구속만 본다면 수준급 고교야구 투수들에도 미치지 못한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KBO리그 평균 구속은 142.2km로 유희관의 평균 구속보다 13.4km나 빠르다.
그렇지만 유희관은 이런 느린 구속으로도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유희관은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7년 동안 216경기(1185⅓이닝) 86승 51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최다승 2위, 이닝 2위, 평균자책점 18위(500이닝 이상), 완투(6) 공동 3위, 완봉(2) 공동 5위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다승 1위, 이닝 1위 평균자책점 1위, 완투 1위, 완봉 2위)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7년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20.31로 같은 기간 투수들 581명 중 9위에 올라 있다. 느린 구속에 가려져 있지만 유희관이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투수라는 것은 기록이 말해준다.
특히 올 시즌 활약은 대단하다. 유희관은 26경기(157⅔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중이다. 평균자책점 10위, 다승 공동 16위, 이닝 15위 등 주요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한국인투수로 한정하면 평균자책점 3위, 다승 7위, 이닝 3위다.
이날 유희관의 공을 받은 포수 박세혁은 “올해는 공이 정말 좋아졌다. 이전에는 몸쪽 승부가 잘 되지 않고 공이 한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유희관이 7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는데는 두산이라는 강팀에서 뛴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두산은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수비효율(DER) 0.665로 동기간 리그 2위(1위 NC 다이노스 0.669)를 기록했다. 최소실책도 2위를 기록했는데 1위 KT가 714경기에서 554실책을 기록한 반면 두산은 968경기에서 560실책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두산 타선은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5608득점을 기록해 동기간 리그 1위를 기록했다. 유희관은 공수에서 모두 리그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팀에서 공을 던졌다.
유희관 역시 “나 혼자 이뤄낸 기록이 아니다. 두산에서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 좋은 포수, 좋은 야수들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쁨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든다”면서 자신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렇지만 단순히 유희관이 두산에서 뛰었기 때문에 꾸준한 활약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두산에서 많은 투수들이 활약했지만 구단 최초 7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주인공은 바로 유희관이었다. 구단 최초로 6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투수도 바로 지난 시즌 유희관이다.
통산 86승을 기록한 유희관은 “내년에는 통산 100승에 도전하고 싶다. 두산 좌완투수 기록은 모두 내가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타자들을 제압하며 ‘느림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는 유희관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