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리' 이계벽 감독 "차승원과 신파 자제하자고..관객들 많이 울더라" [Oh!커피 한 잔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9.23 09: 44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이렇게 슬퍼할 줄 몰랐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신경 썼던 부분과 배우 차승원과 처음 작업한 소감 등을 공개했다.
이계벽 감독은 1971년생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등에서 연출부 및 조감독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뒤, 2005년 류승범과 신민아 주연 '야수와 미녀'로 데뷔했다. 전국 130만을 동원하면서 꽤 선방했지만, 다음 작품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차기작을 연출하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견뎌야 했고, 2016년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연출작 코미디 영화 '럭키'가 700만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 추석 시즌에는 '희극지왕'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세 번째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선보였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제공배급 NEW, 제작 용필름·덱스터스튜디오)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을 중심으로, 마른하늘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반전 코미디다.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며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계벽 감독은 개봉 전, 긴장감 지수가 "10점 만점에 9.8점"이라며, 새벽에 알 수 없는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고,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연출작이 늘어날수록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연 배우 차승원이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는 중반부 이후 커다란 반전이 등장하는데, 바로 지난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와 관련 있다. 극 중 대구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던 철수는 목숨을 걸고 많은 사람을 구하지만, 정작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앓게 된다. 철수의 트라우마로 인해 후반부에는 영화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당황했고, 초반 버전에는 가볍게 표현돼 있더라"며 "그러다 안전문화재단 분들을 만났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주시면 감사하다. 자꾸 잊혀지는 게 가슴 아프다'고 하시더라. 그때 가볍게 그려질 이야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소방관이었던 분들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내부 모습이 어땠냐고 질문을 드리면 대답을 끊으셨다. 어두운 곳을 더듬어서 사람을 찾았던 그 순간을 생각하기 싫다고 했다. 그 고통이 아직도 있다고 하셨다"며 시나리오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계벽 감독은 인터뷰에 참여한 소방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가볍게 스치는 대구지하철의 모습은 안 되겠다"고 판단해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했다. 상처 입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기로 결정했고, "진심과 위로에 관한 이야기, 그것을 주제로 잡아 놓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지난 2001년 개봉한 '신라의 달밤'을 비롯해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이장과 군수' 등 코미디 장르에서만 1,400만 명을 기록한 차승원이 12년 만에 선택한 코미디 영화다. 자연스럽게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고, 이계벽 감독은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차승원과의 작업은 꿈"이라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승원은 철수 캐릭터가 지적 장애를 가진 만큼, 혹시나 희화화될까 봐 촬영 내내 신중을 기했다. 이는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계벽 감독은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7번방의 선물'이랑 비슷한 거야?'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영화의 색깔과 다른 후천적인 요인이다. 코미디 수위, 말투, 표정, 전체적인 톤이 조심스러웠다. 철수가 회화화 되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방향이 퇴색된다. 초반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차승원 형님도 고민이 많아서 톤을 정할 때 굉장히 잘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형님과 대화할 때 신파도 자제하자고 했는데, 또 너무 그쪽에 신경 쓰면 아이디어나 생각 자체가 닫히더라. 그래서 편하게 생각했다. 최대한 철수가 해야되는 행동이나 상황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다만, 억지로 눈물을 흘리게 하려고, 웃기게 만들려고 일부러 만든 건 하나도 없다. 형님도 '담백하게 하자'는 말에 동의하셨다. 우리들의 의도를 공감하지 못하면 신파라고 할 것이고, 공감한다면 감동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스토리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우시더라. 철수 대사 때문에 관객들이 가슴 아파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많이 우실 줄 몰랐다.(웃음) 아마 이야기에 공감하셔서 그런 것 같다. 차승원 형님이 연기한 철수의 감정에 이입해서 눈물을 흘리신 것 같다"며 공감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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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용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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