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벽 감독이 "스릴러 시나리오를 써도 유머가 빠지지 않는다"며 "코미디 장르를 할 때 내 장기가 더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계벽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면 심각한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데, 인간 이계벽도 그런 점이 있다. 심각한 상황을 유머로 넘기려고 한다"며 "예전에 스릴러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웃기고 있다'고 욕먹은 적이 있다"며 웃었다.
이어 "내 영화는 결국 내 성격과 이어지는 것 같다. 누구나 조금씩 있겠지만, 사람이 하는 작업이라서 자기 성향에 맞춰서 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도 코미디 영화다.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를 쓸 때 내 장기가 좀 더 살아난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계벽 감독은 과거 박찬욱 감독의 작품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등에서 연출부 및 조감독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뒤, 2005년 류승범과 신민아 주연 '야수와 미녀'로 데뷔했다. 전국 130만을 동원하면서 꽤 선방했지만, 다음 작품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차기작을 연출하기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견뎌야 했고, 2016년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연출작 코미디 영화 '럭키'가 700만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 추석 시즌에는 '희극지왕' 차승원과 호흡을 맞춘 세 번째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선보였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 제공배급 NEW, 제작 용필름·덱스터스튜디오)는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 분)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을 중심으로, 마른하늘에 '딸'벼락을 맞은 철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반전 코미디다.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며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데뷔작 '야수와 미녀', 700만 '럭키',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 리'까지 지난 15년 동안 연출작 3편은 모두 코미디에 기반한 작품이다. 타인을 웃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코미디 연출은 그나마 쉬운 장르 아닌가?'라는 편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그는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은 코미디 영화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코미디 자체의 수준을 조금 낮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 또한 코미디 영화가 가진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본다. 관객들이 처음부터 편하고, 쉽게 받아주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것도 포함돼 있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게 굉장히 어렵고, 부담되지만, 코미디 장르라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코미디의 장·단점을 꼽은 이계벽 감독은 "코미디라고 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무시하진 않는다 . 좋은 영화는 좋게 봐주신다"며 "내가 현장에서 차승원 형님과 유해진 형님한테 '웃겨주세요'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사실 코미디 연기라는 말은 없다. 그냥 재밌는 상황에 맞춰 연기를 할 뿐이다. 두 분 모두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자연스러운 내용에 맞게 작업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계벽 감독은 전작 '럭키'의 초대박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흥행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100만을 돌파해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직도 철이 없는 것 같다"는 이계벽 감독은 "'럭키'의 성공이 그렇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 작품은 이미 지나갔고, 이건 이거다. 이번에 내가 가장 긴장했던 이유는 '관객들한테 욕을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작품에서 대상이 되는 분들이 확실히 있어서, 그분들에게 외면받고 싶지 않더라. 우선 그분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전달되고, 만족스럽게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흥행 성적도 좋으면 너무 감사한 일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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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용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