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것 지켜서 기분 좋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약속왕’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32년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던 루스는 시카고 컵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 전날 어린이 병원을 찾아 11세 소년에게 홈런을 약속했다. 실제 경기에서 방망이로 가리킨 방향으로 홈런을 쳐 약속을 지킨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베이브 류스’로 불리는 LA 다저스 류현진(32)도 홈런 약속을 지켰다. 23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신고한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약속한 것을 지켜서 기분 좋다”는 소감을 말했다. 루스처럼 ‘예고 홈런’까지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사연이 담겨져 있다.

류현진은 지난 1월말 서울에서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김진욱(12) 군을 만났다. 김 군은 5년 전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했다. 투병 중에도 류현진의 선발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며 꿈과 희망을 키웠다.

김 군의 소원이 류현진을 만나는 것이었고, 이 소식을 들은 류현진이 영상 편지를 통해 만남을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겨울 둘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류현진은 김 군에게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이뤄졌다. 0-1로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류현진은 콜로라도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의 3구째 94.1마일 강속구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8m, 데뷔 첫 홈런포.

메이저리그 데뷔 7년, 255타석 만에 나온 첫 홈런에 다저스타디움이 들썩였다. 덕아웃 선수들과 관중들 그리고 중계진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믿기지 않는 듯 ‘베이브 류’를 환호했다. 현장에는 없었지만 류현진의 홈런을 누구보다 기다렸을 김군에게 최고의 한 방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