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는 지난 2010년 방사능으로 데뷔한 힙합그룹이다. 방사능은 '지구 곳곳에 침투하겠다'라는 포부를 담은 팀명이었다. 방사능은 1년 후 첫 EP 앨범명인 '리듬파워'로 그룹 이름을 교체했다. 리듬파워는 그들의 데뷔 각오처럼 힙합 신 곳곳에서 활약을 펼치며, 9년 동안 따로 또 같이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리듬파워는 데뷔 9년 만인 24일 오후 6시, 첫 정규 앨범 '프로젝트 A'를 발매한다. '프로젝트 A'는 성룡, 홍금보, 원표 주연의 영화 '프로젝트 A'에서 모티브를 따온 앨범으로, 세 명이 함께여야 가능한 시너지를 느낄 수 있다.
리듬파워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앤스페이스에서 가진 첫 번째 정규앨범 'Project A(프로젝트 A)'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앨범명이 '프로젝트 A'인데, 역동적인 3인조 느낌을 내기 위해 선택했다. 세 명의 친구들이 내는 에너지를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리듬파워 일했다'라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젝트 A'에는 '될놈될' '예비군' 'Kiwi(키위)' '6AM' 'Elevator(엘리베이터)' 'Project A(프로젝트 A)' '바보언덕' 등 7곡이 수록됐다. 올드스쿨, 그라임, 트랩 등 다양한 힙합 장르를 다루면서도 리듬파워만의 색깔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타이틀 곡 '6AM'은 잠들지 않은 도시 속 방황하는 모든 청춘을 위한 노래다. 자메이카 리듬에 영국의 바운스를 접목한 비트가 트렌드와 흥을 모두 잡을 예정이다.
'6AM'에 가장 많이 참여한 멤버는 보이비다. 보이비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들어 초안을 짰다고 밝혔다. 다름 아닌 전 여자친구와 얽힌 이야기였다. 보이비는 "그때 제가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클럽에서 놀아도 돼?'라고 물어보더라. 제가 '쿨병'에 걸려서 '당연히 그래도 되지'라고 했는데 막상 그날이 되니까 여자친구가 클럽에 간 시간 동안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더라. 그렇다고 연락을 할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클럽에서 만났다고 가정하고 쓴 노래가 '6AM'이다"라고 말했다.
지구인, 행주는 '6AM'이 보이비의 전 여자친구와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행주는 "보이비가 1절부터 흐름을 만들어놓고 쿨한 척하면서 새벽 6시까지 노는 분위기로 써달라고 하더라. 근데 그런 비화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구인 역시 "보이비 전 여자친구를 자극하려는 용도인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A'의 피처링에는 YDG, 제네 더 질라, SOLE(쏠), 기리보이가 참여했다. 공통점이 좀처럼 없어 보이는 이들이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닌 뮤지션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리듬파워는 피처링 섭외 과정에 대해 "'예비군'의 피처링은 양동근 형님이 해주셨다. '킬빌'에 같이 출연해서 인연이 됐다. 형님이 이제 민방위긴 하지만, 함께 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해주시더라. 제네 더 질라, 기리보이는 노래의 빈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다 싶어서 부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6AM' 후반 작업 때 여자 목소리가 필요했는데 SOLE 씨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지 않나. 처음에는 가이드만 하셨는데, 가이드가 너무 좋아서 피처링으로 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리듬파워는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최대 수혜자로 통한다. 시즌 4, 5, 6에 출연한 세 사람은 각 시즌당 한 명씩 순차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행주는 시즌 6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렇게 개인적인 역량이 두드러지면서, '리듬파워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지구인은 "저희가 2014년 이후 앨범이 없었다. 또 저희가 '쇼미더머니' 시즌 4, 5, 6에 나가면서 큰 변화들이 있었다. 대중은 저희를 '쇼미더머니'에서 봤기 때문에 개개인이 익숙하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얘기는 팀 단위 결과물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거지 않나. 그래서 이번 앨범이 꼭 필요했다. '프로젝트 A'가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팀 행보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또 다른 챕터를 여는 키 같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리듬파워는 팀으로 활동했기에 '쇼미더머니'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구인은 "경쟁을 통해서 랩 실력이 올라가는데, 저희는 시작부터 무한 경쟁 체제에 놓여 있었다. 다들 저희가 굳이 뭉쳐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셋이 뭉쳐 있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라며 "활동을 하다 보면 누가 더 잘하고 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저희는 경쟁한다. 그래서 셋이 있을 때도 강하다"라고 자신했다.
행주도 "흩어지면 산다는 건 각자 실력을 증명했기에 하는 말"이라며 "이제 '쇼미더머니'에서 했던 곡들 말고도 리듬파워라는 이름으로 낸 곡들도 공연에서 (반응이) 터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리듬파워가 팀으로서 갖는 자신감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쇼미더머니' 출연 후 행보가 중요했다. 이에 지구인은 "미뤄둔 숙제를 해결한 느낌"이라고 말했고, 보이비는 "'쇼미더머니 출신' 다음 챕터가 저희 팀한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세 명 다 열심히 할 것"이라고 애기했다.
보이비, 지구인, 행주의 뛰어난 팀워크는 15년 우정에서 비롯됐다. 세 사람은 인천 인하부고 동창으로, 고등학교 시절 함께 노래방을 다니면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리듬파워는 오랜 세월 동안 트러블 없이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서로 욕을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친구들의 능력치에 대해서 부러워하고 인정하고 좋아한다"고 전했다.
리듬파워의 궁극적인 목표도 그들의 우정과 맞닿아 있었다. 보이비는 "몇만 명 앞에서 콘서트를 하고 연간 차트에 우리 노래가 있고, 물론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리듬파워의 성공은 10년 뒤에도 음악을 하면서 우리끼리 친하고 낄낄댈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리듬파워의 커리어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다른 멤버들도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리듬파워가 첫 정규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리듬파워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으며, 그들답게 인터뷰를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이번 앨범 목표는 인천 홍보대사 연장이에요. '인천 홍보대사'를 플로우로 한 노래가 있는데 아직 완성하지 못했어요. 기간이 두 달밖에 안 남아서 곡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꼭 이번 앨범으로 성과를 내면 행복할 것 같아요."(보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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