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최고참 투수 리치 힐(39)의 투혼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감동했다. 불편한 무릎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고, 타석에선 심지어 다리를 절뚝이며 2루타까지 만들었다.
힐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치러진 2019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동안 볼넷 2개를 줬지만 안타 없이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가을야구 승선 가능성을 높인 경기였다.
시즌 전부터 왼쪽 무릎 부상으로 출발이 늦은 힐은 지난 13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도 같은 부위 통증이 재발했다. 13일 만에 돌아온 이날도 조금은 불안했다. 유니폼 바지로 가렸지만 왼쪽 무릎에 보조기를 차고 나섰다. 그 영향으로 1회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불편한 상태에서도 특유의 투쟁심으로 가을야구 의지를 보여줬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팀과 힐 모두에 좋은 날이다. 힐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의 남다른 경쟁심에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힐의 포스트시즌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게 돼 고무적이다. 디비전시리즈에 맞춰 대비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오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로 나서는 힐은 이날보다 많은 3이닝을 던질 예정이다.
최종전에서 부상 없이 제 공을 던진다면 디비전시리즈부터 포스트시즌 로스터 합류가 가능하다. 힐은 “포스트시즌에 팀을 돕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꼭 증명하겠다”며 “목표는 10월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힐은 5개의 삼진을 추가, 개인 통산 10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통산 15시즌 만에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힐에겐 더 큰 목표가 있다. 그는 “1000개의 탈삼진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와 바꾸고 싶다”며 우승에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만 39세, 불혹을 앞둔 힐은 아직까지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FA 3년 계약이 끝나는 만큼 우승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 ‘상남자’ 힐이 누구보다 가을야구를 기다리는 이유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