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안 한다고 해놓고선…”
무릎 보조기를 차고 등판한 리치 힐(39·LA 다저스)의 움직임은 불안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선발투수로 부상 복귀전을 가진 힐은 1회 투구 때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이 보였다.
왼쪽 무릎 통증으로 유니폼 바지 안에 보조기를 찬 상태였다. 1회 베이스 커버 수비에서도 전력질주를 하지 못해 더블 플레이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1회부터 불펜을 준비시켰다.

하지만 1회를 실점 없이 막은 힐은 2회 타석에서 힐이 방망이를 들고 등장했다. 로버츠 감독의 걱정스런 표정도 이내 미소로 바뀌었다. 힐이 불편한 무릎을 이끌고 2루타를 터뜨리고 난 뒤였다.
로버츠 감독은 웃는 낯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덕아웃의 다저스 선수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다리를 절며서도 전력으로 달려 2루까지 도착한 힐도 덕아웃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에 따르면 힐은 동료들에게 “타석에서 스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릎 상태를 고려하면 당연해 보였지만, 힐은 벼락 같은 스윙으로 좌익선상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로버츠 감독은 “3루 도루까지 하려고 그러는지”라며 웃은 뒤 “힐과 함께하면 뜻밖의 일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힐의 깜짝 2루타와 2이닝 5탈삼진 역투에 힘입어 다저스는 6-3 승리,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을 확정했다.

통증을 딛고 투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힐은 “포스트시즌에도 다저스를 돕고 싶다. 통산 1000탈삼진 기록도 월드시리즈 반지와 맞바꾸고 싶다”며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로버츠 감독은 “힐의 하고자 하는 경쟁심이 고맙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