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x공효진, 공감돼서 빠져드는 어른 로맨스♥ [Oh!쎈 리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9.26 14: 48

산전수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다 겪은 30대 남녀들의 현실 연애에서 달달한 판타지만 찾는다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상처 많은 두 남녀의 지극히 평범하고, '찌질'하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그런 로맨스를 담고 있다.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집)는 전 여친에 상처받은 재훈과 전 남친에 뒤통수 맞은 선영,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김래원은 극 중 미련에 허우적대는 까칠한 후회남 재훈을, 공효진은 사랑에 환상이라곤 없는 돌직구 현실파 선영을 각각 연기했다.
결혼을 한 달 앞두고 파혼한 재훈은 매일 밤 만취해 폐인과 다름없고, 남친의 바람기로 이별한 선영은 더는 남자를 믿지 못한다. 재훈과 선영은 모두 사랑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인물이며,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그런 두 사람은 각각 상대방의 연애를 보면서 유난히 발끈하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바보 같았던 과거를 봤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재훈과 선영은 서로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지만, '사랑' 하나만 보고 달려들기에는 아는 게 너무 많은 30대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씁쓸하다.

김래원과 공효진은 지난 2003 방송된 MBC 드라마 '눈사람'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고, '가장 보통의 연애'를 통해 16년 만에 재회했다. 당시 공효진은 형부를 사랑하는 솔직 명랑한 처제 서연욱을, 김래원은 그런 연욱을 짝사랑하는 차성준으로 출연했다. 드라마에서 엇갈리는 사랑을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30대 어른 로맨스를 펼친다. 1990년대 후반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두 배우가 이젠 톱스타 위치에서 30대의 현실 사랑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이는데, 김래원은 '자니?', '뭐해?', '너 없인 못 살아', '나에겐 너뿐이다' 등의 '찌질한 구남친'과 순정남 캐릭터를 오가며 몰입감을 제대로 높인다. 자칫 진상, 밉상이 될 수도 있는 구남친 캐릭터지만 밉지 않고, 오히려 귀여운 구석도 보인다. 이는 상당 부분 설득력 있게 표현한 '김래원표 연기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효진 역시 다소 낯뜨거운 대사를 능청스럽게 뱉어내며 '달콤 살벌한 선영'을 완성해냈다. 전 남친이 범죄에 가까운 짓을 저질러도 경찰에 신고는커녕 시원하게 욕 한 번 해주고, 맥주 한 캔으로 쿨하게 넘긴다. 이 영화에는 사랑에 속고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소위 '툭하면 우는 여주인공'이 없다. 공효진이 연기한 선영도 쓸데없이 울지 않는다. 할 말이 있을 땐, 똑 부러지게 얘기한다. 
이 외에도 재훈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 병철 역의 강기영, 재훈의 대학 선배이자 광고회사 대표 관수 역의 정웅인, 재훈과 선영의 직장 동료 미영 역의 장소연, 재훈의 동창인 신스틸러 윤경호 등이 빈틈없이 활약했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로맨스의 밝고 예쁜 모습 등 판타지만 그리지 않고, 때론 죽일 듯이 싸우면서 미워하고, 때론 구차하게 매달리고, 때론 눈물 콧물 쏙 빼면서 밑바닥을 보게 만드는 현실 연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연애의 목적'(2005), '연애의 온도'(2013) 등이 생각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로맨스 영화가 만남, 썸, 연애, 이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면,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미 사랑이 끝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리얼함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웃음 코드가 약해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신경 썼다. 
러닝타임 109분, 15세 관람가,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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