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가을이 느껴지는 날씨. KBS가 상업성에 매몰되지 않는 공영성의 가치를 올해도 선보인다. KBS의 대표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이 오는 27일부터 10주 동안 10편의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난다. 다양한 소재를 다양한 장르에 녹인 만큼 기대를 모은다.
“요즘 같은 드라마 시장에서는 단막극이 위축되고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막극은 작가, 감독, 배우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장르다. 단단히 기본기를 갗춰야 제대로 된 육성이 가능하다. 당장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지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문보현 KBS 드라마 센터장이 단막극을 계속 하는 이유에 답한 내용이다. 단막극이 기본이 되고, 작가, 감독, 배우가 기본기를 닦아 시청자들에게 더 질 높은 작품, 연기를 선보인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10주 동안 10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KBS 드라마스페셜 2019’가 의미있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KBS 드라마스페셜 2019’ 기자간담회에는 이현석 PD, 나수지 PD, 배우 이주영, 김진엽, 태항호, 김수인 등이 참석했다.
단막극 페스티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KBS 드라마스페셜 2019’는 10주 동안 7명의 PD가 10편의 작품으로 안방을 찾아간다.
‘드라마스페셜’은 스타 작가, 감독, 배우가 탄생하는 요람이기도 하다. 실제로 ‘SKY 캐슬’ 유현미 작가,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작가, ‘녹두꽃’ 정현민 작가, ‘비밀’ 유보라 작가 등이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데뷔한 것.
문보현 센터장은 “단막극은 작가, 배우, PD를 배출하는 요람이다. 아역배우, 신인배우, 기대하고 있는 작가들의 글까지 즐겁고 소중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드라마스페셜’에는 10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배우들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집우집주’ 이주영-김진엽을 시작으로 ‘웬 아이가 보았네’ 태항호-김수인, ‘렉카’ 이태선-강기둥, ‘그렇게 살다’ 정동환-주석태, ‘스카우팅 리포트’ 최원영-이도현, ‘굿바이 비원’ 김가은-정준원, ‘사교-땐스의 이해’ 신도현-안승균, ‘때빼고 광내고’ 박은석-나혜미-소유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얼굴들 만큼이나 궁금한 건 신인 PD들이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 7명의 PD가 공영성, 다양성, 대중성,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10편의 단막극을 내놓는 만큼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집, 노인, 이사, 댄스, 취업, 죽음 등 다채로운 소재의 이야기가 액션 스릴러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 안에서 펼쳐진다.
‘집우집주’ 연출을 맡은 이현석 PD는 “‘집이란 무엇일까’, ‘어떤 집에 사는게 중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드라마다. 집이 부의 상징이 아닌 삶의 가치의 한 공간으로서만 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이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PD는 “동화 ‘거인의 정원’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 극 중 동자(김수인)가 12살이지만 마냥 아이가 아닌 성숙해지는 징후가 나타나는 단계다. 그걸 순호(태항호)라는 남자가 지켜본다는 설정이 우려스러웠다. 그래서 여자를 꿈꾸는 남자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따뜻한 휴머니즘적인 이야기다. 순호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만 그리려했다면 대본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성소수자 문제와는 차별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패기와 실험성으로 똘똘 뭉친 만큼 각오와 패기가 남달랐다. 각 방송사의 주력 예능 프로그램이 포진한 금요일 오후 11시라는 편성 시간으로 시청률이 우려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가치’를 알아봐달라고 강조했다.
이현석 PD는 “이미 자리 잡은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그램이 경쟁하고 있는 시간대라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단막극에 대한 가치가 중요할 것 같다. 금요일 밤 대표 프로그램들과 경쟁하고 같이 방송된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드라마 스페셜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률이나 편성을 떠나서 작품 자체로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7명의 PD가 만드는 10편의 단막극 페스티벌 ‘드라마 스페셜 2019’는 오는 27일 ‘집우집주’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안방을 찾는다. ‘집우집주’에 이어 ‘웬 아이가 보았네’(10월4일), ‘렉카’(10월11일), ‘그렇게 살다’(10월18일), ‘스카우팅 리포트’(10월25일), ‘굿바이 비원’(11월1일), ‘사교-땐스의 이해’(11월8일), ‘때빼고 광내고’(11월15일), ‘감전의 이해’(11월22일), ‘히든’(11월29일)이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