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은 성적 향상위한 필수 요건 [오!쎈 이슈]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9.09.28 09: 55

몇 년 전의 이야기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모 구단 핵심 관계자에게 우승을 예감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물었다.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현장과 프런트가 눈빛만 봐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됐을 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예감했다"고 대답했다.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이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2005년과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운 선동렬 전 감독과 김재하 전 단장은 가장 좋은 사례다. 김재하 단장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선동렬 감독에게 항상 존칭을 쓰고 깍듯이 대하며 현장을 존중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사진] OSEN DB

김재하 전 단장은 "현장 불간섭이 아닌 현장과의 조화다.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게 프런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선동렬 전 감독은 김재하 전 단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고 극강 마운드 구축 및 타선의 세대교체 등 왕조 건설의 토대를 마련했다. 
선동렬 전 감독과 김재하 전 단장은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 야구계 인사는 "선동렬 전 감독과 김재하 전 단장은 10년째 정기적인 모임을 한다. 업무적인 관계가 아닌 두터운 신뢰가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류중일 감독과 차명석 단장 또한 환상의 조합이다. 차명석 단장은 류중일 감독이 최상의 전력으로 장기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했다. 베테랑 선수 영입 및 트레이드 추진 모두 차명석 단장의 작품이다. 야구인 출신 단장답게 현장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평가. 
모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일부 구단 감독들이 차명석 단장과 함께 하는 류중일 감독을 아주 부러워 한다"며 "LG는 올 시즌 현장과 프런트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반면 정규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둔 가운데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일부 구단들은 현장과 프런트의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현장 탓으로 돌리거나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성적 부진은 현장만의 책임은 아니다. 프런트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장이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지원이 미흡했다면 책임을 나눠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은 다음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외국인 선수 선발, 외부 FA 영입, 트레이드 등 외형적인 팀 전력 보강도 중요하지만 현장과 프런트가 제대로 소통되는지 살펴보는 게 우선 아닐까.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