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없어 더 빛난 'ERA 1위' 류현진, 한국 야구 최고 자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9.29 19: 22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류현진(32·LA 다저스)에게 기록을 위한 ‘꼼수’는 없었다. 도망가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서 1위를 쟁취했다. 우리나라보다 야구 역사가 깊은 일본에도 류현진처럼 평균자책점 1위 투수는 없었다. 한국야구의 경사, 자랑이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벌어진 2019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다저스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4승(5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32로 마무리했다. 이 부문 2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2.43)를 따돌리며 아시아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역사를 썼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타이틀 홀더가 되는 영예를 누렸다. 

7회말 이닝종료 후 교체된 류현진이 가족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류현진에겐 여러모로 부담스런 등판이었다. 사이영상 2연패를 굳힌 디그롬이 마지막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을 2.43까지 낮춰 2.41로 이 부문 1위 류현진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최종전에서 류현진은 1자책점시 2⅔이닝, 2자책점시 6⅓이닝 이상 던져야 했다. 3자책점시 9이닝 완투를 해도 1위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류현진 스스로도 “아무래도 평균자책점이다 보니 조금 신경 쓰이긴 했다”고 인정했다. 
6회말 다저스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만큼 시즌 최종전을 ‘생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류현진은 꼼수를 쓰지 않았다. 최종전 등판을 강행했다. 이닝이나 투구수 제한도 두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포스트시즌 다음 선발등판까지 (휴식일) 여유가 있다. 등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류현진이 무실점으로 승리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로버츠 감독의 기대대로 류현진은 5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으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평균자책점 1위를 굳힌 만큼 마운드를 내려올 법도 했지만 류현진은 달랐다. 6회, 나아가 7회까지 마운드에 계속 올랐다. 기록에 신경 썼다면 굳이 마운드에 오를 필요가 없었지만 류현진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7이닝 97구로 경기를 마쳤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킨 동안 다저스 불펜도 텅텅 비었다. 어느 누구도 몸을 풀지 않았다. 류현진이 7회를 마친 뒤에야 구원 마에다 겐타가 불펜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균자책점 2.32로 마무리한 류현진은 2위 디그롬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당당하게 1위를 쟁취했다. 꼼수를 쓰지 않고 당당하게 1위를 쟁취, 아시아 투수 최초 기록을 더욱 빛나게 했다. 
5회말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경기 후 류현진은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타이틀이나 기록에 신경 쓰지 않았다. 몸 건강하게 30경기 등판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흔히 하는 진부한 표현이 아니란 것을 최종전 정공법을 통해 증명했다. 류현진은 진짜였다. 한국 야구 최고의 자랑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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