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준(삼성)이 8년 4개월 9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임현준은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⅓이닝 무실점(1탈삼진)으로 구원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1할9푼7리에 불과할 만큼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 그는 벼랑 끝 위기에 처한 팀을 구했다.
삼성은 7-7로 맞선 연장 10회 2사 만루 위기에 놓이자 최지광 대신 임현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타석에는 박정권. 9회 7-7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렸던 박정권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11km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삼성은 연장 10회말 공격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선두 타자 김도환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박해민이 SK 우완 정영일에게서 볼넷을 골랐다. 타석에는 이학주.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직구(142km)를 힘껏 잡아당겼고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경기 종료.
임현준은 지난 2011년 5월 19일 대구 넥센전 이후 8년 4개월 9일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시즌 첫승이자 통산 3승째. 임현준이 통산 3승째를 거두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다. 데뷔 첫해 29경기에 등판해 2승 2홀드(평균 자책점 3.12)를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만년 기대주에 머무르는듯 했지만 야구 인생에 승부수를 띄웠다. 2015년 9월 양일환 퓨처스 투수 코치의 권유로 좌타자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잠수함 투수로 변신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좌타자는 무조건 이기는 투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올 시즌 71경기에 등판해 1승 8홀드(평균 자책점 3.40)를 거두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현준. 이젠 삼성 계투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다. 선한 인상에서 알 수 있듯 마음 씀씀이도 남다르다. 삼성 팬들 사이에서 김상수와 더불어 팬서비스가 가장 좋은 선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잘 나가는 선발 투수에게 3승은 한 달 만에 가능할 만큼 대단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며 팀의 핵심 멤버가 된 임현준에게 통산 3승 달성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는 12월 8일 품절남이 되는 임현준은 예비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가 되겠다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