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동현,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울지 않았으면" [일문일답]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09.29 11: 48

눈물의 은퇴식은 이미 예고됐다. LG 베테랑 투수 이동현이 은퇴 기자회견에서부터 눈물을 흘렸다.
이동현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광점퍼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어제 잠을 설쳤다. 신경을 많이 써다보니 잠이 안 오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2001년 입단한 이동현은 통산 700경기에서 910이닝을 던지며 53승 47패 113홀드 41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LG가 준우승을 차지한 2002년에는 78경기에서 124.2이닝을 던지며 8승 3패 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67로 맹활약했다. 

은퇴식을 앞둔 LG 투수 이동현이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dreamer@osen.co.kr

그러나 이후 2005년부터 4년간 눈물겨운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3차례나 받아야 했고, LG에 인대를 바친 사나이가 됐다. 이동현은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하는데 과분하다. 그냥 LG에서 19년간 오래 뛴 선수,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현의 19년 선수 생활 동안 좋은 기사로 응원해주서셔 감사하다. 야구를 더 잘했어야 하는데, 못 하는데도 배려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제 잠은 잘 잤나.
▲어제부터 신경 많이 써다보니 잠이 안 오더라. 선수로서 마지막 뜻깊게 마치고 싶었다. 잠을 많이 설쳤다. 감기도 걸리고.
-오늘 등판도 할 텐데 어떤 느낌이 드나.
▲19년 동안 있으면서,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허투루 올라간 적이 없다. 은퇴식 경기라 다른 때보다는 더 전력을 다해 던질 것이다. 한 달 정도 몸을 안 만들어서, 며칠 전부터 캐치볼 시작했는데 조금 걱정이다. 최고의 힘으로 던질 것이다.
-상대팀이 두산이라 부담도 되지 않나
▲부담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데, 동생들 믿고 있다. 끝까지 최선 다할 것이다. 승패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경기 할거라, 동생을 믿고 나갈 타이밍 잡을 것이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 내보내면 편할 것 같은데, 단 1타자 상대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LG가 가을야구를 하게 되는데. 
▲유광 점퍼가 무거운 의미를 두고 있는데, 은퇴를 위해서 선물 주는 거 같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 같다. 가을야구에 같이 유광점퍼 입고 뛰면 좋겠지만, 안 되서 아쉽지만, 박수 칠 수 있는 사람으로서도 영광스럽다. 
은퇴식을 앞둔 LG 투수 이동현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가장 힘든 시기는.
▲2번째 수술 하고 가장 힘들었다. 수술하고 실패했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다. 다행이 하늘이 도와줬다. 좋은 사람 많이 만나 견딜 수 있었다. 존경하는 분들이 나한테 전화 한 통화하고 격려해주신 것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차명석 단장님이 코치로 있었는데, 나를 믿고 끝까지 지켜봐주시고, 플레이오프 중요한 시기에 등판시켜주고, 힘든 시기 견딜 수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다면
▲2002년. 많은 팬들은 너무 많이 던진 것 아닌가 하지만, 당시 김성근 감독님이 나를 그만큼 기용해주셔셔 성공할 수 있었다.  몸 관리를 내가 더 잘했으면, 1타자 더 삼진 잡고, 한국시리즈에서 허용한 1점이 아깝게 생각되더라. 1점이라도 더 줄일 걸 생각이 많이 든다. 감독님이 문자를 보내주셨다. 불사조같았던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시더라. 김성근 감독님과 통화하는데 코끝이 찡하더라. 나 때문에 질타 받았을 텐테, 문자도 주시고 감사하다.
-100만 관중 부탁 글도 올렸는데.
▲은퇴 결정하고 SNS 글 남긴 것은 8월 22일이 내 개인적으로 은퇴식이었다. 은퇴식을 할 지 안 할지 몰랐으니까. 은퇴식이 결정되고 나니, 10년 연속 100만 관중 했으면 좋겠다. 선수로서도 명예로운 기록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산과 대결이라 많은 관중 오고, 내일 마지막 경기에 팬들이 와주신다면, 100만 관중 될 거 같다. 오늘 사인 못 받으신 분은 내일 오시며 사인 해드리겠다. 팬들이 꽉 차서 응원해주신다면, 명예로운 기록 세우고, 나도 영광스러울 것 같다.  
-후배들에게 한 마디 
▲지금 후배들은 향후 10년이 아니라 최소 우승을 몇 번을 할 수 있는 자산이 될거라 본다. 도움될지 모르지만 700경기 뛰면서, 느낀 상황을 얘기해주고 있다. 고우석,  김대현, 정우영 등이 잔소리 같은 조언을 잘 듣고 실행해서 고맙다. 은퇴하고 1타자 삼진 더 잡았으면, 1점만 덜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할건대. 지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 본다. 
-프랜차이즈 스타 과분하다고 하는데, 투수로 700경기를 한 팀에서 뛴 것은 유일하다. 
▲자부심 1도 없다. 700경기는 19년 뛰었기에 나간 것뿐이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저 정도 기록은 되지 않을까. 팔꿈치 수술 이후에 멘트로 팬들이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해주는 것이라 본다. 나는 한 번도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생각 안 했다. 입단해서 잘 흘러간 선수다. 19년 동안 팬들이 사랑해준 선수로만 기억되고 싶다. 
-시구자로 아버지가 나서는데.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는 강남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계시다. 어느 집에 갔더니 내 유니폼이 걸려 있던데 저의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그게 죄송했다. 부모님이 그동안 야구장에 안 오셨다.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고 하고 안 오셨다. 시구자 아버지로 하고 찐하게 포옹하고 싶다. 그래서 시구자로 아버지를 정했다.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이 은퇴하는데, 저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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