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탑스피드R)이 각본 없는 우승 스토리를 써낸 뒤 결과만큼 빛나는 소감을 전했다.
권대영은 29일 오전 강원도 삼척 맹방해수욕장서 끝난 2019 투르 드 코리아(TDK) 스페셜 대회서 개인종합 우승의 꿈을 이뤘다. 권대영은 이날 펼쳐진 최종 3구간 레이스서 3위로 골인해 5번째로 들어온 윤중헌(팀 수티스미스펠트)을 따돌리고 옐로 저지를 차지했다.
권대영은 대회 2번째 참가 만에 예선 1위=우승 불가 징크스를 깨고 옐로 저지를 입었다. 지난해 개인종합 순위 최하위권에 그쳤지만 1년 만에 1위로 올라서는 드라마를 써냈다. 권대영은 개인종합 우승상금 120만 원에 스프린트 1위(상금 40만 원)에게 주어지는 블루 저지까지 거머쥐었다. 소속팀은 종합우승(상금 120만 원)을 하는 등 겹경사를 누렸다.

권대영은 대회 내내 팀 동료인 박종일(탑스피드R)의 우승을 위해 묵묵히 헌신했다. 이날 대회 마지막 날에도 동료의 옐로 저지를 지켜내기 위해 상대 선수들을 쉼 없이 견제하는 서포트 역할을 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권대영은 2017년 우승자인 윤중헌과 동타임(5시간51분59초)을 기록한데다, 1~3스테이지 합산 순위도 동률이었지만 3스테이지 순위서 앞서 극적으로 개인종합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권대영은 "너무 영광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직장인이자 학생인 선수들과 3일간 같이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개인종합 우승자가 아닌 함께 뛴 모든 선수들이 챔피언”이라며 감격에 찬 우승 소감을 전했다.
소속팀 동료 박종일은 레이스 초반 규정 위반으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눈앞이었던 개인종합 우승을 놓쳤다. 소속팀의 참가자가 많아 다른 팀으로 등록된 동료의 자전거를 빌려타 심판진으로부터 ‘5분’의 페널티를 받았다.
권대영은 "개인종합 순위에 들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다. 첫 날은 창, 둘째 날은 칼, 마지막 날은 방패 같은 전략이었다. 첫 날 창 전략이 실패해서 오로지 방패 역할만 했다. 박종일의 옐로 저지를 지켜주기 위해 상대 선수들을 저지하는 역할이었다. 박종일이 (페널티로 우승을 놓쳐)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권대영의 빛나는 인성만큼 우승 스토리도 극적이다. 지난해 대회 완주자 중 최하위권에 그쳤던 그는 1년 만에 옐로 저지와 함께 두 개의 셔츠를 품었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과 일군 팀 종합우승은 헌신의 전리품이다.
권대영은 "지난해 완주자 중 최하위권이었다. 올해 두 번째 참가다. 사이클이 너무 재밌어서 레이스까지 하게 됐다. 1년 내내 열심히 훈련했다. 퇴근 후 3~4시간 땀을 흘렸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권대영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기아자동차서 생산직으로 근무 중이다. 주-야간 교대 근무라 시간이 날 때마다 구슬땀을 흘렸다. 2012년 처음 사이클을 접한 그가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친구이자 탑스피드R의 전 리더인 김민수 덕분이다.
권대영은 "2015년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2015년 개인종합 우승자인 민수가 '야 엄청 재밌는 거 해볼래?’라고 제안해 '그래 한 번 해볼게’라고 말한 게 여기까지 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대영은 다시 한 번 대회 모든 참가자들에게 우승 공을 돌렸다. "3일간 뛴 모든 형님들이 우승자다. 아무나 완주할 수 없는데 1년간 같이 땀 흘린 선수들 모두 대단하다."/dolyng@osen.co.kr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