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동현의 은퇴식이 열린 29일 잠실 두산-LG전. 경기 전 기자회견부터 눈물로 시작됐고, 경기 후 은퇴행사에서는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전 11시, 이동현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동현은 은퇴 소감을 이야기 하다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부모님께서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께서 다른 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계신다. 어느 집에 갔는데, 내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더라. 그런데 '내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을 못했다고 하시더라. 어머니도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더라. 그동안 부모님께서 야구장에 안 오셨다.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해서 안 왔다"고 먹먹한 사연을 말했다.


이동현은 "아버지와 마운드에서 찐하게 포옹하고 싶다. 그래서 시구자로 아버지를 정했다"고 설명하며 "얼마 전에 아버지와 소주를 마셨는데, 내게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셔 너무 감사했다. (은퇴식에서)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직전, 시구자로 이동현의 아버지 이형두씨가 아들의 손을 잡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시구 후에는 이동현이 그라운드에서 아버지께 큰절로 인사했다.
통산 700경기를 출장한 이동현은 이날 7회 자신의 마지막 경기이자 701번째 경기에 등판했다. 팬들은 이동현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다. 이동현은 박세혁을 141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오른손을 들며 주먹을 쥐었다. 이후 투수 교체를 위해 코칭스태프가 아닌 LG의 최선참 박용택이 마운드를 방문해 애틋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기 후 은퇴식이 열렸다. 이동현의 신인 시절부터 은퇴하는 올 시즌까지 모습을 담은 영상이 약 7분간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다. 이동현은 눈시울을 붉혔고, 어머니도 눈물을 훔쳤다. 이규홍 트윈스 사장이 감사패를 전달했고, 차명석 단장이 유니폼 액자를 전달했다. 차 단장과 이동현 모두 눈물 흘리며 포옹했다.
이동현은 부모님의 축하를 받고서 눈물샘이 터졌다. "울지 않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던 이동현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부모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동현은 그라운드에서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했다.

고별사로 이동현은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해준 구단과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LG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LG가 우승하는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팬들께 죄송하다. 선수로서 마지막이지만, LG를 위해 항상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은퇴 세리머니도 있었다. LG 후배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만루 상황을 만들고, 이동현이 구원 투수로 올라왔다. 타석에는 이병규 코치가 들어서 분위기를 달궜다. 이병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삼진 세러머니로 은퇴 이벤트를 마쳤다. LG 선수들은 이동현을 헹가래 치며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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