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가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까.
고우석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35세이브를 따냈다. LG는 2-0 무실점 승리로 3연패에서 벗어나며 기분좋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LG의 시즌 최종 성적은 79승 1무 64패 리그 4위다.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오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고우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11승을 해야한다. 11승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끝까지 해보고 싶다. 그리고 11승을 하면서 내가 11세이브를 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포스트시즌 포부를 밝혔다.
고우석에게 올 시즌은 정말 의미가 컸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을 받은 고우석은 2017-18년 81경기(93이닝) 3승 5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1차지명 유망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마무리투수 정찬헌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마무리 보직을 맡았음에도 65경기(71이닝)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팀에서는 고우석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러한 활약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우석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3경기 연속 실점을 내줬다. 9월에는 피안타율이 2할2푼5리(40타수 9안타)로 소폭 상승했다. 물론 9월 피안타율도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8월까지 워낙 압도적인 피안타율(0.180)을 기록중이었기에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날 경기에서도 손아섭과 이대호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렇지만 고우석은 “타자들도 먹고 살아야죠”라며 농담으로 걱정을 일축했다. 이어서 “안타를 맞으면 맞았구나 하고 다음 타자에게 집중한다. 안타를 맞았을 때 어디로 공을 던지려고 했고, 실제로 공이 어디로 가서 맞았는지 기억해 내려고 한다. 공이 잘 들어갔는데 맞은게 있고, 원하는 곳에 안들어가서 맞은 안타가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투수에게는 강력한 공뿐만 아니라 실패를 빠르게 잊을 수 있는 강력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넘쳐나지만 롱런하는 마무리투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많아도 마무리투수의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2009년 9월 19일 스즈키 이치로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2년 5개월만에 허용한 끝내기 홈런이었다. 하지만 리베라는 미소를 지은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구장을 나섰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마무리투수에게는 실패를 신경쓰지 않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늘어난 안타에도 "타자들도 먹고 살아야죠"라며 웃어 넘긴 고우석에게는 이런 담력과 정신력이 엿보였다. 고우석은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기에서도 곧바로 복기를 하고 바로 잊어버린다. 용납할 수 없는 경기를 할 때도 있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잘하자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냥 그날 그날 경기를 잘하자고 다독인다”고 말했다.
고우석이 처음부터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우석은 “이런 마인드가 작년에는 쉽지 않았다. 내 생각대로 야구가 되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어려웠다. 내 생각 이상으로 잘 되서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지난 2년은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 ‘내가 이정도밖에 안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내 실력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니 올해처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차)우찬 선배가 ‘누구나 슬럼프는 있다. 짧게 슬럼프를 탈출할 수 있는 선수가 특급선수’라고 말해줬다. 슬럼프를 괴로워하지 말고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연구하라는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LG는 1994년 우승 이후 24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올 시즌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기에 결코 우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고우석은 11세이브를 따내고 우승을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첫 포스트시즌 나들이에 나서는 고우석과 LG가 이번 가을 어디까지 올라 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