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두 남자의 어색한 만남부터 진한 우정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맨필름・쇼박스)은 코믹 드라마 장르 영화가 필연적으로 지니는 웃기고 감동적인 정서를 깔끔하게 표현했다.
신인 감독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만듦새가 좋은데, 초반에는 천천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다가 나중에는 노련한 드라마를 그려 본인만의 취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했다. 두 주인공의 모습을 포개두면서 현재의 가치를 질문한다.
‘퍼펙트맨’의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용수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완성본을 500번 정도 봤다.(웃음) 저희가 지난 수요일까지 마지막 작업을 했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손을 뗐다. 계속 보면 자꾸 고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 거 같아서 이제는 제 손에서 내려놓았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부산 하늘 아래 살지만 상황이 완전히 다른 장수(설경구 분)와 영기(조진웅 분). 상극인 두 사람이 처음에는 서로를 소 닭 보듯 하지만 숨겨졌던 서로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용수 감독은 “‘퍼펙트맨’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화자는 영기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 색깔을 담고 있는 캐릭터는 영기라고 생각한다”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배우가 자리 잡고 있어야 다른 인물의 캐스팅도 이뤄질 거 라고 생각했다”며 배우 조진웅이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조진웅은 인생 한탕을 꿈꾸는 건달 캐릭터의 거침없는 성격과 코믹한 모습을 마치 실제 성격처럼 담아내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용수 감독은 “조진웅 선배와 친분은 없었지만 멀리서 볼 때도 왠지 모르게 항상 친근했다. 제 고향도 부산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조진웅은 형 같았다. ‘퍼펙트맨’이라는 시나리오를 이해해줄 거 같았다”고 시나리오를 준 이유를 전했다. 조진웅은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라 ‘퍼펙트맨’의 책을 읽었고 바로 ‘하겠다’는 연락을 했다.

용수 감독은 조진웅에 대해 “조진웅 선배가 평소에도 유쾌하고 재밌긴 한데 영기 캐릭터와는 다른 사람이다”라며 “촬영 전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항상 ‘업타운 펑크’를 크게 들으며 오시더라. 그게 배우들의 노력인데, 캐릭터에 젖어 있으려고 노력했다”고 칭찬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장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설경구는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대신, 얼굴 표정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 작은 눈빛, 미소 하나조차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포착해 예민한 로펌 대표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장수 캐릭터는 설경구 선배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다른 작품의 스케줄이 있어서 거절하셨는데 촬영이 미뤄져 틈이 생겼다. 저로서는 반드시 잡고 싶었다”며 “미팅을 할 때 영화의 의도, 장수와 영기 캐릭터 등의 설명이 담긴 A4용지 50장을 준비해갔다. 선배님이 ‘준비 많이 했네? 나랑 왜 하고 싶냐’라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잘생겨서요’라고 대답했다. 본인도 인정하셨다.(웃음)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은 쉽게 결정됐다.”
그러면서 “이 선배들과 또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 제 영화에 또 출연해준다면 정말 고마운 배우들이다. 어제도 진웅 선배와 술 한 잔했는데 헤어지기 전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또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영화가 잘 되면 무슨 짓을 못하겠나. ‘퍼펙트맨2’도 나올 수 있다. 장수와 영기의 과거, 미래의 얘기까지 할 수 있다.(웃음) 언제든 같이 해도 좋은 배우들”이라는 진심을 전했다. /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