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수혜'는 '태혜지'가 될 수 있을까[장우영의 단짠단짠]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19.10.03 15: 15

‘트로이카’라는 단어가 있다. 세 필의 말이 이끄는 썰매를 뜻하는 단어지만 연예계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적인 스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가수 등에 사용되는데, 이들을 거론하지 않고는 당시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들의 영향력, 스타성, 화제성이 증명된다는 부분이다.
이미숙-원미경-이보희, 심은하-고소영-전도연, 최진실-채시라, 김희애 등이 그동안 대한민국의 시대를 관통한다. 같지 않고 각자 다른 매력을 지녔기에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뭇남성들의 ‘책받침 여신’으로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들의 뒤를 잇는 트로이카는 ‘태혜지’로 통하는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이들의 활약은 굉장했다. 송혜교는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가을동화’, ‘호텔리어’, ‘올인’, ‘풀하우스’ 등을 연속 히트시켰다. 전지현은 한 광고에서 테크노 댄스로 주목을 받은 뒤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 반열에 올랐고, 김태희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천국의 계단’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구미호 외전’ 등으로 ‘태혜지’의 한 축을 맡게 됐다.

설현, 수지, 혜리. OSEN DB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 OSEN DB
‘태혜지’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였다. 그들이 입는 옷, 쓰는 화장품 등은 매진이 다반사였다. 이들의 세안법 등 피부 관리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다수의 광고를 찍으며 스타성을 증명했다. 전지현의 샴푸 광고, 김태희의 휴대전화 광고 등 ‘핫’한 스타들만 찍는다는 광고를 차지한 부분에서 ‘태혜지’라는 이름값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런 ‘태혜지’의 전성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그 스타성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작품 활동이 드물기 때문에 촐연하는 작품마다 ‘그들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심을 시청률로 이어지고, 시청률은 화제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태혜지’는 이 모두를 사로잡으며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태혜지’를 잇는 트로이카는 누구일까. 아직 ‘태혜지’에 버금가는 트로이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춘추전국시대’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대중의 판단이 바뀌기도 했지만 이는 둘째다. 스타성, 화제성을 갖춘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누군가를 꼽기 어렵다는 점이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이 가운데 설현, 수지, 혜리, 이른바 ‘설수혜’의 행보가 눈에 띈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각 그룹의 ‘센터’로 활약하며 스타성과 화제성을 증명했다. 특히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편견 속에서도 배우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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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데뷔한 건 수지다.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2011년 ‘드림하이’로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그룹의 인기, 드라마 인기가 합쳐지면서 수지라는 이름이 각인됐고, 수지는 여자 신인상, 베스트커플 상을 휩쓸며 스타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각종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여자 아이돌 최고의 스타에 오른 수지를 한단계 더 끌어 올린건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이 영화를 통해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 ‘톱 아이돌’이자 ‘연기돌’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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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는 걸스데이로 데뷔했다. ‘혜리’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되건 바로 ‘진짜 사나이’다. 여군 특집에 출연한 혜리는 일명 ‘이이잉’ 애교로 초토화시켰다. 약 20초 가량의 이 영상으로 혜리는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혜리도 ‘연기돌’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맛있는 인생’ 등으로 연기를 시작한 혜리는 ‘응답하라1988’ 덕선 역을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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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AOA로 데뷔한 설현은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는 멤버는 아니었다. 비주얼 담당이기는 했지만 초반 활약은 초아 등에 집중이 됐다. 하지만 ‘짧은치마’로 AOA가 주목을 받고, 설현도 조명 받기 시작했다. 고유명사처럼 AOA 노래의 시작을 담당하고, 센터에서 활약한 설현은 그 유명한 ‘입간판’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수지, 혜리처럼 ‘내 딸 서영이’ 등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무대와 연기를 오가며 ‘연기돌’로 주목 받고 있다.
많은 아이돌들이 연기를 병행하며 ‘연기돌’ 행보를 걷고 있지만 ‘설수혜’에 이목이 쏠리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들이 앞서가는 이유는 인생 캐릭터를 이미 경험했고,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행보 때문이다.
수지는 ‘건축학개론’, 혜리는 ‘응답하라1988’, 설현은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 인생 작품을 만났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는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마련인데 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그런 편견을 어느 정도 깰 수 있었다.
스타성에서도 단연 앞서는 ‘설수혜’다. 각자의 매력을 살린 광고 모델로 활약하면서 대중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것. 핫한 스타만 찍는다는 휴대 전화 광고는 물론, 의류, 음료, 외식산업, 게임 등 각 분야를 모두 섭렵했다.
현재의 활약으로도 ‘태혜지’의 뒤를 잇기 충분한 ‘설수혜’지만 확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배우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각자 인생 작품으로 연기력 논란을 어느 정도 돌파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연기력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설현, 수지, 혜리. OSEN DB
그런 점에서 2019년 10월, 설현, 수지, 혜리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 ‘나의 나라’, ‘배가본드’, ‘청일전자 미쓰리’로 안방에 컴백한 것. 각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설현은 앞서 영화 ‘안시성’에서 보여준 모습을 이어갈 수 있는 사극 ‘나의 나라’를 만났고, 혜리는 ‘덕선’이라는 인생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의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을 만났다. 수지는 ‘국민 첫사랑’ 이미지와 반대되는 국정원 요원 고해리를 연기하는데, 이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라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설현, 수지, 혜리는 확실한 트로이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만났다. 스타성, 화제성을 이미 입증 받은 가운데 ‘연기력’으로 화룡정점을 찍으며 시대를 관통하는 ‘트로이카’가 될 수 있을지는 그들의 몫에 달렸다. ‘설수혜’가 ‘태혜지’의 뒤를 잇는 새로운 고유명사가 될 수 있을까. 2019년 하반기가 흥미진진한 이유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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