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 위해, 가장 먼저 출근해 배트 돌린 사나이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10.04 12: 00

 대타, 벤치에 앉아 있다가 결정적인 찬스 혹은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로 나가는 임무는 선수 누구나 힘들다고 한다. 10번 중 3번만 쳐도 잘 친다고 하는데, 대타로 나와서 안타를 치기가 쉽지는 않다. 
3일 잠실구장,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자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온 LG 선수는 최고참 박용택(40)이었다. 훈련 보조 요원들이 훈련 준비를 막 시작할 시간이었다. 혼자서 공을 올려놓고 티 배팅을 서서히 시작하자, 훈련 보조 요원이 옆에서 도와줬다. 
타격폼(약간 어퍼 스윙)을 체크하며 야구공 한 박스를 쳤다. 이어 배팅볼 머신에 나오는 공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LG 선수들은 하나둘씩 나와 워밍업을 준비했다. 

‘10년 연속 3할 타율’,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주인공인 박용택은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주전이 아니다. 올 시즌 잔부상으로 주전에서 밀렸고,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과 외국인 타자 페게로로 인해 지명타자 자리를 물려줬다. 류중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박용택은 '첫 번째 대타 카드'로 기용할 계획이다. 
3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박용택은 5회 이전에 타석에 들어섰다.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3루 찬스. 박용택은 정주현 타순에 대타로 나왔다. NC는 선발 프리드릭이 강판됐고, 박진우로 교체. 박용택은 2구째 스윙, 우측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희생플라이로 2-0을 만들었다. 타구가 조금만 더 뻗었더라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그는 "치는 순간 아쉽다는 느낌이 들더라. 잠실이 아니었다면 홈런이라는 말은 의미없다. 잠실 아니었으면 내가 홈런 300개는 쳤을 거다"라고 웃었다.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렸다.4회말 무사 1,3루에서 LG 박용택이 희생플라이를 날리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jpnews@osen.co.kr
박용택은 개인 5번째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다. 경기 후 그는 “처음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이전 포스트시즌과 달라진 것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용택의 벤치 대타는 낯선 모습이다. 
‘주전이 아닌 대타 임무에 아쉽기도 하겠지만, 대타로 나설 때는 기대도 된다’는 말에 박용택은 “나도 그렇다. (백업이라) 아쉽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준비하고 있다. 물론 내년에도 LG가 가을야구를 해야겠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어쩌면 나한테는 지금이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수도 있다. 후회없이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박용택은 2020시즌까지 뛰고 은퇴한다고 일찌감치 밝혔다. 4회 일찌감치 대타로 자신의 임무를 마친 박용택은 이후로 벤치에서 후배들을 응원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택은 “와일드카드를 잘 넘겼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던 선수들이 와일드카드 승리로 부담감을 덜고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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