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사랑에 쿨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 [Oh!쎈 리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10.06 10: 31

"자니?" 이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뜻이 내포돼있는가. 굳이 굳이 풀어보자면, "난 새벽만 되면, 술만 마시면 네 생각이 나더라. 자는 게 아니라면 연락해줘. 아니 만나줘" 정도이려나. 이 뜻이든 저 뜻이든 구질구질하다는 건 변함 없다.
그렇다면 전 연인의 연락이 구질구질하게 와닿는 건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관계는 끝이 났는데 끝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재훈이 어쩜 그렇게 쉬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선영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애초에 너(너와의 관계)를 믿은 적이 없어"라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이야기다.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집)는 누군가의 구 남친·구 여친이었던 두 남녀가 만나 새 사랑을 시작하는, 흔하디흔한 로맨스를 그려낸다. 

극 중 재훈(김래원 분)은 전 연인 수정(손여은 분)의 잘못으로 파혼했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은 남자고, 선영(공효진 분)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어서 전 남친의 바람에도 쿨하게 돌아설 줄 아는 여자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에서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극과 극'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재훈과 선영은 지극히도 닮았다. 적어도 지나간 사랑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서로를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어느덧 상대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된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언뜻 보면 재훈을 위주로 흘러가는 인상을 준다. 재훈과 수정의 과거사를 회상신을 동원해 상세히 풀어내고, 그의 내면과 다를 바 없는 집 내부를 계속 비춰준다. 심지어 재훈이 다니는 회사에도 친구 병철(강기영 분)과 관수(정웅인 분)가 있어, 그가 서사의 중심인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재훈의 상처가 만천하에 드러난다면, 선영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선영은 바람 난 전 남친에게 맞바람으로 이별을 고하고, 상사인 재훈을 유혹하는 것도 거리낌 없다. 기대하지도 믿지도 않아서 상처받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선영의 진심은 '상처받고 싶지 않다'에 가깝다. 선영은 쿨한 모습으로 철저히 진짜 자신을 위장하고 합리화한다. 재훈의 아픔이 표면적이라면, 선영의 그것은 내밀하다. 극 후반부에야 드러나는 선영의 상처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이마저도 선영이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선영의 과거가 밝혀진 이후, 재훈은 선영이 상처를 내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로 활용된다. 선영은 정작 진짜 사랑이 다가온 순간 도망치려고 하지만, 재훈의 독려와 확신으로 다시금 사랑하기 위한 용기를 낸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착실히 선영의 감정선을 쫓고 있다. 그렇다고 선영의 아픔을 결코 자극적으로 소비하진 않는다. (예를 들면, 쓸데없는 과거 신이 없다.) 이는 선영에 대한 김한결 감독의 배려가 느껴지는 지점이자, '가장 보통의 연애'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다.
결국 '가장 보통의 연애'는 '무딜 것 같은 30대 중반 남녀도 사랑에 상처받고 사랑으로 치유 받는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감동과 설렘을 선사한다. 특히 선영의 서사가 본격화되면서 극에 적절한 무게를 더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에 우스꽝스럽지만 적절한 과장, 야릇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대사, 그리고 이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보태져 웃음도 놓치지 않는다. 
러닝타임 109분, 15세 관람가, 지난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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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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