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더 킹:헨리 5세' 티모시 샬라메, 현대적 왕의 귀환(종합)[24th BIFF]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0.08 16: 45

 전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헨리 5세가 영화 '더 킹: 헨리 5세'로 재탄생했다. 왕족 출신 한랑에서 영국의 왕이 된 헨리 5세 역을 맡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캐릭터 변신이 시작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이끌고 간다.
신작영화 '더 킹: 헨리 5세'(감독 데이비드 미쇼, 제작 넷플릭스·플랜B엔터테인먼트)는 왕좌를 이어받길 거부하고 제 멋대로 살던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이 아버지의 죽음 후 헨리 5세로 즉위하고, 점점 다가오는 프랑스군의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나라를 지키는 과정을 그린 전쟁 역사 영화이다.
할은 왕위 계승자로서의 의무를 거부하고 멘토이자 절친이며, 한물간 술주정뱅이 기사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턴)와 함께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아버지 헨리 4세(벤 멘델슨)가 세상을 떠나고 제멋대로인 할이 왕궁으로 돌아와 왕좌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어린 시절 대부분 아버지의 반목을 목격했던 할은 전쟁의 불필요성을 피력하며 평화를 주장하지만, 왕실의 정치에 휘말려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이전의 삶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새로운 챕터를 열어젖힌 그는, 점차 아일랜드를 위협하는 프랑스군의 위협에 이기지 못해 가치관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올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팬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조엘 에저튼, 그리고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8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문화홀에서 열린 '더 킹: 헨리 5세'의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준비해온 과정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이날 영화의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디디 가드너와 제레미 클라이너도 세 사람과 무대에 올랐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항상 부산에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저희 영화를 부산영화제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한국에 처음 왔는데 오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호주를 대표하는 그는 영화 '애니멀 킹덤'(2014), '더 로버'(2014), '워 머신'(2017) 등의 시나리오 작업 및 연출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이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제가 넷플릭스에서 두 편을 만들었는데 같이 협업하는 게 좋다. 넷플릭스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며 "사실 영화의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데, 특히나 이렇게 큰 스케일의 영화가 그렇다. 저희 영화가 비용이 적게 들어가지 않았고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넷플릭스가 저희가 만들고 싶은대로 제공해주셨다. 저는 이렇게 개봉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극장 개봉에 대한 기대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제에 와서 상영하고 대중에 선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저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 저는 집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웃음) 제가 좋아하는 버전으로 만들 수 있게 해준 넷플릭스에 고맙고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더 킹: 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의 주인공이었던 헨리 5세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아쟁쿠르 전쟁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친 유명한 군주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배우이자 각색을 맡은 조엘 에저턴은 원작 소설에서 멈추지 않고, 15세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시나리오 각색을 맡은 두 사람은 헨리 5세로 승격한 할의 일상을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했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셰익스피어는 저희에게 출발점이었다. 친구 조엘이 저를 찾아왔을 때 같이 시나리오를 출발했다. 근데 셰익스피어를 배제하고 저희만의 스토리를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적인 헨리 5세를 표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젊은 피' 티모시 샬라메의 활약 덕분이다.
이에 데이비드 감독은 "제가 티모시를 캐스팅한 이유는 아주 훌륭한 배우라서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그의 연기가 많이 좋았다"며 "조엘과 제가 할 역할을 맡을 배우를 찾고 있던 시기에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개봉했다. 그 시기가 운이 좋았다고 본다. 이렇게 젊고 어린 배우가 영혼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성이 풍부한 배우는 찾기 쉽지 않다"고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건 티모시 샬라메가 이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을 수도 있지만, 배우가 이렇게 도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티모시가 이전에 했던 캐릭터들과 100% 다른 연기인데, 그의 영화를 보고 티모시를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보니 그의 능력 밖이 아니라 충분히 인물 할을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티모시 샬라메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또 프랑스의 왕족 도팽 역을 맡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로버트 패틴슨과 두 번째 영화다. 아주 훌륭한 배우라 작업하는 게 좋았다"며 "그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과감하다. 연기적인 표현에 있어서도 아주 과감하고. 이번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이 과감하게 인물을 표현하며 잘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기지론은 배우가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면, 실질적으로 배우에게도 그 어떤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는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게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티모시 샬라메에 대한 다국적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첫 내한인 그는 이날의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인 6일 부산에 먼저 도착해 개인 시간을 즐겼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숙소 및 먹은 음식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팬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티모시는 "저는 한국영화의 큰 팬인데 이 영화제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2002년에 한국 월드컵을 봤었는데 제가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오게 돼 기쁘다. 찍는 데 쉽지 않았고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치킨을 먹었느냐'는 물음에 "저는 양념치킨을 좋아한다. 맛있게 먹었다.(웃음)"고 대답한 뒤 "이렇게 환대받을 줄 몰랐는데 오늘 저녁 상영이 기대된다. 제 커리어에서 새 장을 여는 거 같다. 그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도전적이고 무서운 연기를 하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 저는 미국인으로서 영국의 셰익스피어 속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게 큰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티모시 샬라메는 완벽하게 헨리 5세를 소화했다. "제가 13살부터 17살까지 뉴욕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많은 스승을 만났다. 그 분들이 '힘든 배역을 추구하라. 네 능력을 벗어나는 힘든 배역을 맡으라'고 하셨다. 미국인으로서 영국의 왕을 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하고 싶었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식 발음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 달 반 가량 언어 교사를 통해 연습에 몰두했다고 한다. 
배우 조엘 에저튼은 할의 절친인 존 역을 맡아 캐릭터를 섬세하고 현실적인 사람으로 표현했다. 그는 연기와 더불어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2013년부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2013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티모시 샬라메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며 "'콜바넴'을 보고 티모시를 할 역할에 떠올렸는데 그 타이밍이 절묘해 함께 하게 됐다. 왕이 되는 배역을 준 건 저희에게도 운이 좋았다고 본다"고 후배의 연기 열정을 칭찬했다. 두 배우가 각각 만든 헨리5세, 존 폴스타프 경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우정은 나누는데 나이를 뛰어넘는 '브로맨스'를 형성했다.
'더 킹: 헨리 5세'는 오늘 오후 8시부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공개되며, 내달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을 시작한다. 러닝타임 133분./ watc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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