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천우희x유태오x정재광, 오늘 하루 버틴 현대인에 건넨 위로(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0.11 17: 42

영화 '버티고'가 다를 바 없이 똑같은 하루를 사는 직장인, 더 나아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뜨거운 위로를 건넨다.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이달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제작 영화사도로시 로렐필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과 서영 역의 천우희, 진수 역의 유태오, 관우 역의 정재광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버티고'(감독 전계수, 제작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는 고층 빌딩 안 사무실에서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서영(천우희 분)의 하루를 따라가는 영화. 매일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영은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들로 흔들린다. 더불어 밤마다 술에 취해 전화하는 엄마는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는 존재.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유태오, 천우희, 정재광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천우희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제가 직장 생활을 3년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썼다"며 "영화 속 건물의 모습은 제가 실제로 다녔던 곳과 유사하게 생겼다"라고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와 인물을 설명했다. 전 감독은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을 통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현대인들의 고됨과 힘듦, 고민 등을 표현했다.
전 감독은 "회사원으로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서영이에게 담았는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이유는, 남성으로 가면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아서였다. 저는 제 마음을 잘 알지 않나"라며 "서영의 시선을 따라 섬세하게 담으려고 했다. 그녀와 같은 나이 또래인 30대 여성들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고, 주인공을 여성으로 가야만 좀 더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때 상사, 동료들의 모습을 모티프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버티고'는 IT 회사를 배경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사와 후배, 남녀의 사내 연애 등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담으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유태오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전계수 감독은 서영의 삶을 지탱하던 끈이 다 떨어지고 모든 희망이 사라진 순간, 의외의 곳에서 기대에 없던 위로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 감독은 "서영이 결국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의 회복이기 때문에, 그녀가 느낀 감정을 담아 드라마틱한 장면을 넣었다"라며 "마지막 장면 하나를 향해 그간의 플롯을 쌓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영화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이 영화는 소통이 부재한 도시인들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 유니크한 고층 건물의 비주얼, 인물들의 극한의 감성을 깊게 파고든 음악이 어우러져 어지러운 현실을 담았다. 고층 빌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많은 이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건물 유리창을 통해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는 로프공의 시선은 색다른 그림을 완성하며 새로움을 안겼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정재광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전 감독은 "이 영화가 서사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다. '버티고'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겠지만 감각을 상실한 현대인이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연출자로서 그 감정을 어떤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담을지 고민했다. 영화의 동력은 서사라기보다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영의 일상적 감정이 조금씩 부서지고, 서영이 딛고 있는 지반이 흔들리고, 그녀가 감각하는 세계가 왜곡되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연출적 지향점을 밝혔다. 이 같은 색다른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굉장히 궁금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서영을 맡은 천우희는 "영화가 서영이의 이야기이지만 그녀가 형성한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봤다. 연인이든 사회생활이든"이라며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관계의 줄이 끊어진다. 그러나 아무런 관계가 없던 누군가에 의해, 천사(로프공)에 의해 구원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웃음) 제가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는 에너지를 발산했는데, 이번엔 안에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제가 동물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서영은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 같았다. 감독님이 설정해놓은 것들을, 최대한 현실적인 감정과 맞춰서 표현할 수 있을지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유태오, 전계수 감독, 천우희, 정재광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로프공 관우를 소화한 정재광은 "저는 관우를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로 해석했다"며 "천사가 나온 작품을 생각했고, 그것에 관한 레퍼런스는 감독님과 천우희 선배의 도움 받아 표현했다"고 인물을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버티고'는 일과 사랑, 사람과의 관계 등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을 살지만 결국에는 사람을 통해 위로 받고 다시 용기를 얻는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의 제목대로 현기증 나는 도심에서, 불안한 일상을 버티는 회사원이 내면에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했다.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하고 유쾌하지 않지만, 결국엔 사람을 통해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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