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리법 만들자"..설리가 쏘아올린 공[선미경의 연예노트]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9.10.19 09: 32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
가수 겸 연기자 설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번 비보로 다시 한 번 온라인 실명제와 악플 퇴지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진리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글이 게재되는가 하면,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측도 악플러 강경대응 방침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한 모습이다.
고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스물 다섯이란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설리의 비보는 큰 충격을 줬고, 연예계 동료들도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고인이 생전 우울증을 앓아왔고, 극심한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었던 만큼 안타까운 애도가 이어졌다.

배우 설리가  미소와 함께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ksl0919@osen.co.kr

이번 설리의 사망 비보를 두고 악플러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 지난 1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하루 만에 1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고 있다.
이 청원자는 고 설리의 사망에 대해 “해당 사건에 대해 대다수는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원인으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 당사자가 없는 지금까지도 고 설리 씨의 주변인들에게까지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청원글은 많은 관심과 동의를 받고 있다. 고 설리 뿐만 아니라 앞서 많은 연예인들이 무분별한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왔던 바. 악성 댓글 테러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는다고 고백한 이들이 상당하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악성 댓글은 물론, 근거 없는 루머나 이유 없는 비방글의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마녀사냥, 인권훼손에 가까운 글들이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 명예훼손으로 악플러를 고소하는 등 처벌에 나서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설리가 포토월로 입장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rumi@osen.co.kr
결국 누군가 장난으로 쓴 댓글이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 정신적 폭력으로 가해지며 비극적인 사건까지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편리한 온라인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은 심각했다. 
설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온라인 문화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되짚어보게 만들고 있다. 악성 댓글 금지, 퇴치를 위한 ‘최진리법’ 청원은 물론 온라인 실명제 시행에 대한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온라인 실명제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쉽게 도입되기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지만, 무분별한 악성 댓글까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설리의 죽음은 ‘최진리법’ 청원과 함께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도 이끌어냈다. 연매협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악플’로 통칭되는 무분별한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과 악플러 근절을 위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연매협은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사이버 언어폭력(악플)으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적 고통과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 이상 근거 없는 언어폭력으로 인해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동료 연예인들도 나서 고 설리를 애도하며 악플러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물론 고 설리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힘들 수도 있는 현실이다. 다만 여러 차례 아픔을 겪으며 다시 떠오른 이슈인 만큼, 최진리법 청원이나 온라인 실명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seo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