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화낼 만했네…’ 비매너 북한, 격투기축구로 일관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9.10.17 17: 43

남북대결에서 손흥민(27, 토트넘)이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소득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2승 1무)은 이날 무승부로 2위 북한(이상 승점 7점)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서 7골 앞서며 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축구회관에서 국내 취재진에게 보도 목적으로 남북대결 경기 영상을 공개했다. 4:3 비율로 제작된 영상은 화질이 다소 좋지 않았지만 관전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가 투톱으로 나서고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나상호(FC도쿄)가 좌우날개로 출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황인범(밴쿠버),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알사드)이었다. 수비는 김진수(전북),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문환(부산)의 포백이다. 골키퍼는 김승규(울산)였다. 
북한은 공격수 한광성, 박광룡에 미드필더 리은철, 리영직, 정일관 수비수 리영철, 박명성, 심현진, 김철범, 장국철에 골키퍼 안태성이 선발로 출전했다. 
한국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북한 선수들은 곧바로 이단옆차기나 다름 없는 동작으로 공을 가진 한국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전투축구’란 표현이 어울렸다. 경기 시작 후 3분 만에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을 당한 정우영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북한 선수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뛴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거칠었다.
북한의 공격에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북한 선수가 일부러 공을 멀리 차버렸다. 골키퍼 김승규를 힘들게 하려는 의도였다. 전반 6분 남북선수들이 충돌했다. 한국의 스로인 후 공중볼을 경합하던 나상호가 박명성을 밀자 양팀이 한차례 충돌했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심판이 양측 주장을 불러 주의를 줬다. 
북한의 거친 플레이는 계속됐다. 애초에 상대 선수의 부상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일부러 한국선수의 얼굴로 공을 차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전반전 코너킥 상황에서 리은철의 슈팅을 골키퍼 김승규가 펀칭으로 쳐냈다. 북한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한국의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고 드리블을 했다. 리영철은 마치 아이스하키의 보디체크처럼 손흥민을 대놓고 밀쳤다.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하면서 한국의 플레이도 평소보다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전반전 박광룡의 좌측돌파에 이어 정일관이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잡았다. 정일관이 타이밍을 놓쳐 득점 기회를 잃었다. 한국의 실점 위기였다. 한국은 전반 25분경 황인범이 중거리 슈팅으로 첫 슛을 날렸다. 
전반전 김문환이 공을 잡자 리영직이 백태클을 해 경고를 받았다.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공을 잡자 북한은 여지없이 거친 파울로 끊었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북한은 ‘오히려 잘됐다’는 심정으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손흥민은 전반전 막판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섰다. 직접 슈팅을 노리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를 깔아줬지만 북한에게 공격권을 뺏겼다.     
북한은 전반 45분 정일관이 김승규와 일대일로 맞서 슈팅까지 때렸다. 김승규의 선방으로 실점은 없었다. 이날 경기 중 가장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후반전도 거친 경기가 계속됐다. 후반전 한국은 나상호, 황인범, 황의조를 빼고 황희찬, 권창훈, 김신욱을 차례로 투입했다. 북한의 역습을 차단하던 김영권과 김민재도 거친 플레이로 경고를 받았다. 한국은 후반 초반 박광룡에게 다시 한 번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김승규의 선방으로 벗어났다.  
전반내내 밀렸던 한국은 후반전 황희찬의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김문환이 첫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북한 골키퍼 안태성이 잘 막았다. 김진수가 찬 대포알 슈팅에 북한의 박명성이 맞고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박명성은 부상으로 경기장에서 벗어났다. 정우영의 슈팅은 골키퍼에게 잡혔다. 후반전은 한국이 내용면에서 우세를 보였다. 
결국 경기는 득점없이 무승부로 끝났다. 험악했던 경기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남북이 승자와 패자로 나눠지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의 경기였다. 17일 새벽 귀국한 손흥민은 "이기지 못한 건 너무 아쉽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일 정도로 거칠었다.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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