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도 멜로도 OK..배우가 '체질'인 김명준 [인터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10.26 12: 32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떤 질문에도 위트 있는 대답을 내놨다. '말맛'의 대가 이병헌 감독에게 네 번이나 선택받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배우 김명준의 이야기다. 
김명준은 지난달 2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매니저 이민준 역으로 출연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OSEN 사옥에서 만난 김명준은 "섭섭하지만 후련하다"라고 입을 떼며, 종영의 아쉬움을 덜어냈다.
김명준은 지난 2016년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신입 매니저 평부 역을 맡은 것에 이어, '멜로가 체질'에서 베테랑 매니저 이민준 역을 소화하게 됐다. 

배우 4년 차에 매니저 역할만 두 번째다. 이미 한 번 해본 배역인 만큼 마음 놓고 연기를 할 법도 하지만, 김명준은 오히려 부지런히 노력했다. 
"최근까지 소속사 없이 활동했어요. 그렇다 보니 개인적으로 '매니저가 이렇게 챙겨주면 좋겠다'라는 기준이 있어요. 이를 민준이에게 녹여내려고 했어요. 또 매니지먼트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어서 프랑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봤어요. '전지적 참견 시점'도 봤고요. 장시간 운전하는 직업이니까 영화 '그린 북'도 참고했어요."
김명준의 노력이 통한 걸까. 그저 극 중 이소민(이주빈 분)의 매니저로 스쳐 갈 수 있던 배역이었지만, 어느덧 이민준은 이소민과 러브라인을 형성할 정도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됐다. 
"운이 좋았죠. 대신 그 운이 왔을 때를 대비해 차근차근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초반에는 멜로일 줄 몰랐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멜로 어떠세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며 제안을 주셨어요.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인 거죠. 정말 좋아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하하." 
김명준과 이주빈의 호흡은 '멜로가 체질'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멜로가 체질' 오디션 연습도 함께한 사이였다.
"이주빈 씨랑 오디션 연습을 같이 했었어요. 서로 대사도 바꿔서 해보고 그랬죠. 덕분에 대본도 달달 외울 수 있었고요. 대본을 숙지하고 있으니까 촬영장에서도 편했어요. 또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전반적으로 티키타카가 잘 됐죠."
김명준은 '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은 웹드라마 '긍정의 체질'(2016)로 데뷔했고, 영화 '바람 바람 바람'(2017)과 '극한직업'(2018)에서도 단역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김명준은 도합 네 번을 현장에서 만나게 된 이병헌 감독에 대해 "디렉팅을 온화하게 하시는 편이다. 직접 시연을 보여주실 때도 있고, 제가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실 때도 있다. 오케이를 위한 컷을 추구하는 분은 아니다. 여러 테이크를 통해서 제 다양한 부분을 끌어내신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김명준은 이병헌 감독에게 네 번이나 간택(?) 당한 비결을 묻자 "제가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 또 편해지면 농담도 하는 편이다. 그런 부분을 좋게 보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오디션에서는 자유 연기를 했는데 즐겁고 편하게 했다. '긍정은 체질'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고 불러주신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명준의 꽃길은 지금부터다. 매니저 없이 홀로 활동하던 그에게 첫 둥지가 생긴 것이다. 김명준은 지난 1일 최민식, 설경구, 박성웅 등이 소속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멜로가 체질' 방영 중에 소속사 측에서 연락이 와서 미팅을 하게 됐어요.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죠. 차근차근 같이 해나가고 싶어요. 회사에서 제시하는 방향성도 저랑 잘 맞아요. 앞으로 긍정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품을 해나가고 싶어요."
김명준은 롤모델을 묻는 말에 인상 깊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김명준의 롤모델은 특정 인물이 아닌, 여러 사람을 만나 성장할 자기 자신이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깊어지면, 그 관계에서 좋은 것들을 배우게 되잖아요. 내가 보고 갖고 싶은 습관들을 제 습관으로 만들려고 해요. 작품을 하면서도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누굴 만나도 좋은 자극을 받는 것 같아요."
끝으로 김명준은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긍정적이라서 보기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도 즐기면서 이 일을 하는 만큼, 저를 봐주시는 분들도 반가워 해주셨으면 해요. 강렬한 인상도 좋지만 편안함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이고 싶어요."/notglasses@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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