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1할 타자가 한국시리즈에 5할 타자로 부활했다. 오재원(35)이 한국시리즈를 반전의 무대로 삼으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울분을 토해내듯 포효했다.
오재원에게 2019년 정규시즌은 잊고 싶은 해였다. 98경기에서 177타수 29안타 타율 1할6푼4리 3홈런 18타점. 지난 2007년 데뷔 후 1할대 타율은 처음이었다. 2군에도 2차례나 다녀오며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며 인내하고 기다렸다. 타격은 부진해도 폭넓은 2루 수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는 오재원만이 갖고 있는 특장점. 큰 경기에서 김태형 감독은 다시 오재원을 믿었다.

1차전에 대주자로 교체 출장한 오재원은 2차전 3-5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3차전은 2루수로 첫 선발출장, 6회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이어갔다.
그리고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KS 4차전, 올 시즌 아쉬움을 씻어내듯 포효하고 또 포효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2회 2사 2루에서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1루에서 포효한 오재원,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3회까지 3-8로 끌려다닌 두산은 4회 1점을 낸 뒤 5회 빅이닝을 만들었다. 7-8로 따라붙은 5회초 2사 만루, 오재원에게 기회가 왔다. 키움 구원 김상수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9-8 역전. 오재원은 또 다시 포효했다. 헬멧을 벗어 내리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고영민 1루 베이스코치와는 포옹까지 나눴다. 시즌 내내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컸던 오재원의 한풀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9회말 키움이 다시 1점을 내며 9-9 동점,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10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오재원은 키움 제이크 브리검의 2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 중앙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2루타를 폭발했다. 2루에 간 오재원은 이번에 포효 없이 덤덤하게 두산 덕아웃을 응시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오재일의 우측 2루타가 터졌고, 오재원은 결승 득점을 올렸다. 홈에 들어온 뒤 그물망 사이 두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9번타자로서 만점 활약이었다. 타격뿐만 아니라 2루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7회 1사 1루, 서건창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빠르게 1루 주자 김규민을 글러브로 터치하며 태그 아웃시킨 뒤 1루 송구까지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8회에는 김하성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빗맞은 타구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쫓아가 건져냈다.
오재원의 공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4차전을 11-9로 승리, KS 4전 전승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4차전 데일리 MVP는 오재원의 몫. 오재원은 KS 4경기에서 10타수 5안타 타율 5할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1할 타자 오재원의 화려한 KS 부활쇼였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