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잊지 못할 날이다”.
두산 ‘캡틴’ 오재원(34)이 드라마를 썼다. 정규시즌 1할대 타율로 최악의 해를 보냈지만 한국시리즈(KS)에선 10타수 5안타 5할 타자로 변모했다. 특히 마지막이 된 4차전에서 결승 득점의 발판이 된 10회 2루타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며 두산의 4연승과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에게 많이 고맙다. 올해 FA인데 자기 것을 포기하고 팀을 위해 해줬다. 벤치에 앉아서도 주장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 내가 FA 계약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라며 “1년 동안 하지 못한 것을 오늘 다해줬다”고 거듭 칭찬했다.

우승 확정 후 동료들과 얼싸 안으며 우승 기쁨을 만끽한 오재원의 눈가는 촉촉히 젖었다. 그는 “살면서 잊지 못할 하루였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2015년 첫 KS 우승 순간이 가장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늘이다. 올해 많이 힘들었다. 버티고 버텼다”고 돌아봤다.
오재원에게 2019년 정규시즌은 커리어 최악의 해였다. 98경기에서 177타수 29안타 타율 1할6푼4리 3홈런 18타점. 지난 2007년 프로 데뷔 후 개인 첫 1할대 타율이었다. 믿기지 않는 타격 부진 속에 2군에도 두 차례나 다녀왔다. 뜻하지 않은 구설수까지 오르며 어느 때보다 마음고생이 컸다.

어느 순간 주전 자리를 내줬고,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심적으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버텼다. 어릴 적부터 욕과 나이를 같이 먹어가며 앞장섰던 게 퇴색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KS에서 한 번은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조금은 보답한 것 같다”는 것이 오재원의 말이다.
KS 1~2차전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는 “텐션을 끌어올리려 했다. 솔직히 1차전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부럽다고 말했다. 넋을 놓고 있었지만 그러다 출전 상황이 올 것 같았다. 내가 해야 할 것을 준비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2차전 대타 2루타로 기회를 살렸고, 3~4차전은 선발로 나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주전이든 아니든 오재원은 두산의 ‘캡틴’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번 KS에서 두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셀카 세리머니’도 오재원이 이끌어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후배와 동료들을 위해 빼지 않았다. 그 모습을 동료들이 몇 년간 보며 믿어줬다. 내가 우기고, 독단적으로 할 때가 많지만 가족 같은 동료들 앞에선 따로 리더십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