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은퇴 위기 투수가 KS 우승 장식 '배영수 드라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10.27 07: 04

2019년 KBO리그의 마지막을 장식한 투수는 배영수(38)였다. 두산의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배영수가 마운드에 있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대반전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배영수는 현역 은퇴를 권유받았다. 지난해까지 한화 소속이었던 배영수는 8월말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한화 구단은 현역 통산 최다승 투수 배영수를 예우하기 위해 은퇴식도 함께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정중하게 고사하며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배영수는 “구단의 제안은 감사했지만 내가 한화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다”며 “나 스스로 포기한 적은 없다. 마음을 놓은 적도 한 번도 없다. 아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 몰라도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마지막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배영수가 김태형 감독에게 달겨가 안기고 있다./spjj@osen.co.kr

우승을 거둔 두산 배영수가 기뻐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10회말 두산 김태형 감독이 배영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sunday@osen.co.kr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시장에 나온 배영수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두산과 연봉 1억원에 계약한 배영수는 1년을 오롯이 불펜에서 보냈다. 지난 2000년 프로 데뷔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등판 없는 해였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기회 속에서 온힘 을 다했다. 후배들을 뒷받침하며 두산의 정규시즌 극적인 역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시리즈(KS)에선 1~3차전 등판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처럼 마지막이 된 4차전, 세이브 순간 배영수에게 기회가 왔다. 11-9로 앞선 10회말 1사 후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 방문 횟수 제한을 어겼다. 2회와 9회 김원형 투수코치가 두 차례 투수 교체 없이 마운드에 오른 상황. 투수 교체가 아닌 마운드 방문은 2회로 제한돼 있다. 김태형 감독은 최수원 주심에게 이를 물어보다 주춤한 사이 파울 라인을 넘어 페어 라인을 밟았다.
이용찬을 어쩔 수 없이 빼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등판 순간을 기다려온 배영수는 여유 있게 웃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영수에게 한 번 던질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좋은 그림으로 아웃카운트 하나 잡아줘으면 했다. 영수가 올라올 때 표정이 정말 좋더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혼자 떠들더라. 박병호에게 던진 초구를 보니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승한 두선 선수들이 샴페인 세리머니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spjj@osen.co.kr
배영수는 박병호에게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4구 만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한 배영수는 다음 타자 제리 샌즈로 초구에 투수 앞 땅볼로 유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직접 책임졌다. 1년 전 은퇴 권유를 받은 투수가 KS 우승 헹가래 투수로 반전 드라마를 쓴 순간이었다. 만 38세 5개월 22일, 역대 KS 최고령 세이브 기록까지 세웠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우승 장면. 그라운드에서 펄쩍 뛰며 포효한 배영수는 선수들과 얼싸 안으며 기뻐하다 갑자기 혼자 대열에서 빠졌다. 덕아웃으로 향한 배영수는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김태형 감독에게 어린 아이처럼 달려가 품에 안겼다. 1년 전 은퇴 위기에 몰린 베테랑 투수가 믿음에 보답한 순간, 진한 포옹을 나누며 우승의 희열을 만끽했다. 
두산 배영수가 경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배영수 개인에겐 8번째 KS 우승. 2002년, 2005~2006년, 2011~2014년 삼성 시절 무려 7번이나 KS 우승을 했지만 이때도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지 못했다. 선수 생활 말년, 두산에서 처음으로 헹가래 투수 영광을 맛봤다. 과거 해태 왕조 주축 투수였던 김정수와 함께 역대 선수 최다 8번의 KS 우승으로 진기록까지 쓴 배영수에게 잊을 수 없는 2019 가을이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