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47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박세혁은 양의지라는 '국가대표' 포수의 백업 포수로 나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고 NC로 떠난 가운데, 주전 안방마님의 자리는 박세혁에게 돌아갔다.
양의지 없이 주전포수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입장에 박세혁은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정규시즌 137경기에 나온 그는 2할7푼9리 4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안방마님'으로서는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주전 포수로 맞는 처음 맞는 한국시리즈. 박세혁은 4할1푼7리의 고타율과 4경기 모두 마스크를 쓰며 4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마지막 4차전에서도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박세혁은 4할 고타율에 안정적으로 투수진을 이끈 활약을 인정 받아 시리즈 MVP 후보에 올랐다. 박세혁이 MVP를 탄다면 1989년 아버지 박철우 두산 퓨처스 감독이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것에 이어 KBO리그 최초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MVP를 받게 됐었다. 그러나 경기가 연장으로 흐른 가운데 함께 좋은 활약을 펼쳤던 오재일이 역전타를 쳤고, 결국 MVP는 오재일에게 돌아갔다.
박세혁은 경기를 마친 뒤 "주전 첫해에 국가대표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포수가 됐기 때문에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올해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며 "6~7월에 슬럼프 겪었을 때 팀 성적도 떨어지면서 힘들었다. 당시 (양)의지 형 얘기도 많이 나왔다. 포수가 흔들린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그 때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넘어서서 정규시즌 우승하고 한국시리즈도 4-0으로 이길 수 있다는 것에 팀원 모두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시즌 '당근과 채찍'을 고루 내렸던 김태형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세혁은 우승 후 김태형 감독을 껴안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슬럼프가 왔을 때 나를 빼고 안 쓰실수도 있었는데 믿고 기다려주셨다. 채찍질 말도 귀담아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믿고 기다려주신만큼 우승으로 보답한거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한 시즌이 끝난 가운데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도 함께 전했다. 그는 "타격도 부족하고 수비와 볼배합, 도루 저지도 미숙하다. 우승하면서 묻혔는데, 내가 생각한 것이 있고, 메모한 것이 있으니 내년 시즌 잘 준비하겠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또 다시 통합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2년 연속 통합 우승한 포수가 되고 싶다. 또 타율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장타력도 올리고 싶지만 내 스타일을 아니까 조금씩 올려갈 것이다"라며 "다치지 않게 1000이닝 넘게 뛸 수 있는 포수가 되도록 몸을 만들고 싶다. 도루 저지와 볼배합도 성장해야 할 것 같다"라며 강조했다.
아쉽게 MVP를 놓치며 '부자 MVP'가 불발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빨리 연락드리고 싶다. 아버지도 내심 MVP 생각하셨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박세혁은 "아버지가 편안하게 하라고 얘기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가 3-8 때도 점수 안주면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 좋은 결과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다"라며 "MVP를 받았다면 뜻깊었을 것이다. 부자 MVP도, 골든글러브도,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 더 노력해서 효도하겠다"고 다짐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