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보다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동안 야구대표팀의 국제대회에는 언제나 잠수함 투수가 비밀병기였다. 사이드암, 언더핸드 계열이 낯선 미국 및 중남미 국가들을 맞상대 할 때 요긴하게 활용이 됐다. 특히 정대현으로 대표할 수 있는 국가대표 잠수함 투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2019 WBSC 프리미어 12’ 대회의 대표팀에 잠수함 계열의 투수는 이제 박종훈(SK)밖에 남지 않았다. 대표팀을 지휘하는 김경문 감독이 불펜진의 사이드암 카드인 한현희(키움)를 이용찬(두산)으로 교체했기 때문. 김경문 감독은 27일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최근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닌 것 같다. 기대보다 컨디션이 많이 다운된 모습이다”면서 “한현희 대신 이용찬을 발탁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현희는 올해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부터 8경기에 나서 6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자책점을 기록했다. 내용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한현희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지는 컨디션을 고려했다. 기록이 그렇지만 썩 좋은 페이스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미세한 실책과 불안감 하나하나가 쌓여서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단기전의 특성상, 한현희가 좋은 기세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현희의 대체 선수로 뽑힌 이용찬은 올해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⅓이닝 비자책점)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때는 선발로 활약했지만 한국시리즈에 들어서는 불펜진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다시 인상을 남겼다.
이런 페이스적인 부분에서 한현희 대신 이용찬이 더 낫다는 게 현재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이용찬이 예전보다 구위가 더 올라왔다”고 언급했다.
사실 한현희 이전에 고려했던 사이드암 투수는 정우영(LG)였다. 하지만 어깨 염증 부상 이후 구위가 저하되면서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김 감독은 “정우영이 강력한 후보였지만 아프고 난 뒤에는 컨디션이 많이 저하됐다. 그래서 한현희를 뽑았던 것인데…”라면서 “구색적인 부분도 고려는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구색보다는 팀이 안정감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선발과 마무리로 커리어가 있는 선수인 만큼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안정감적인 측면에서 이용찬이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