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승부의 세계, 그렇기에 더욱 빛난 이임생-유상철의 우정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10.28 04: 49

냉철한 승부와 우정 사이.
인천 유나이티드는 27일 오후 4시 인천 숭의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9 KEB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 B 수원 삼성전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명준재의 동점골 덕에 극적인 1-1 무승부를 거뒀다.
인천은 극적으로 승점 1을 더하며 승점 30으로 경남 FC(승점 29)를 제치고 10위를 지켰다. 반면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수원은 승점 44점으로 8위에 머물렀다.

이날 대결은 1971년생 동갑내기 이임생 수원 감독과 유상철 인천 감독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등 여러 큰 무대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우정을 다져왔다.
앞서 유상철 감독은 성남 FC전 이후 건강 이상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은 담담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유상철 감독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컨디션은 확실히 좋아졌다"라며 "성남전 끝나고 선수들한테 꼭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평소 정이 많고 속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이임생 감독은 친우 유상철 감독의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무 말 못 했다.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그냥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경기 전 이임생 감독은 친우이자 동료가 힘든 몸 상태로 벤치를 지키고 있는 만큼 예의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세리머니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타가트가 선제골을 기록한 이후 세리머니를 하며 들뜬 모습을 보이려고 하자 도움을 기록한 전세진이 다가가 감독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물론 친우에 대한 배려 이상으로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눈물을 보인 이임생 감독은 "프로이기 때문에 경기장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배려하고 싶은 것"이라 선을 그었다.
경기는 접전 끝에 1-1 무승부로 매조지어졌다. 0-1로 끌려가던 인천은 후반 맹공을 퍼부은 끝에 후반 추가시간 명준재의 극적인 동점골로 생존 경쟁에서 푸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승부가 정해진 이후 이임생 감독과 유상철 감독의 더욱 애틋한 모습을 보여줬다. 먼저 기자 회견장에 들어선 이임생 감독은 "양 팀 모두 잘했다. 유상철 감독을 위해 인천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총평을 내리던 중 유상철 감독을 언급하자 이임생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간 말문이 막힌 그는 "유상철 감독이 "유상철 감독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눈물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뒤이어 들어온 유상철 감독은 오히려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열심히 싸운 선수들을 격려하고 "인천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라고 잔류를 자신했다.
태연했던 유상철 감독도 자신을 향해 보인 이임생 감독의 눈물을 듣곤 애틋한 감정을 표했다. 그는 "오랜 친구다. 그 친구가 덩치는 큰데 생각보다 마음이 너무 여리다. 감정도 풍부해서 눈물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내 미소를 지은 유상철 감독은 "임생이가 아무래도 내 걱정을 많이 해준 것 같다. 운다고 해서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나"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힘든 친우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이임생 감독과 그런 모습을 보고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표한 유상철 감독. 냉철한 프로 무대기 때문에 더욱 빛난 두 사람의 우정이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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