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THE K9’이 출시 18개월만에 누적 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그 동안 숨죽인 채 판매추이를 지켜보던 기아차 관계자들은 이제야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마침내 플래그십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THE K9’은 2018년 4월 출시 된 2세대 모델이다. 초대 모델이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체면이 많이 구겨진 기함(旗艦)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출시 1년 반만에 2만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는 조심스럽게 ‘기함효과’라는 말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THE K9’의 판매 추이는 드라마틱했다. 출시 첫해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하며 대형 세단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됐다. K9 브랜드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지였다. 그래도 행여나 추세가 꺾일까 숨죽이며 지켜봤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도 기세는 주춤거리지 않았다. 18개월만에 2만대 판매로 내달렸다.

1세대는 2만대가 팔리는데 3년 4개월이 걸렸다. ‘18개월 2만대’는 기저효과라는 말로 평가절하될 업적은 아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팔리는 대형세단은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다.
‘THE K9’ 같은 대형 세단은 연말이 되면 기대하는 게 또 하나 있다. 기업의 임원 승진 인사다. 인사가 이뤄지면 임원들에게 지원 되는 차량도 새로 구비된다. ‘THE K9’은 믿는 구석이 있다. 작년 연말 국내 주요 그룹 승진임원들이 선택한 선호도 결과다. 70% 이상의 전무급 임원들이 ‘THE K9’을 선택했다는 데이터가 뒤를 받치고 있다. 삼성그룹이 60%, LG가 72%, SK가 75%였다.
대형 세단 시장은 작년과 올해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기아차는 올 연말에도 작년과 같은 흐름의 ‘낙점’을 예측하고 있다.

연말연초를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도 있다. 기아차는 ‘THE K9’ 누적 2만대 돌파를 기념해 대규모 시승 이벤트 ‘2020 THE K9 FALL IN DRIVE’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행사에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또한, 온라인상에 퍼져 있는 입소문도 고무적이다. ‘THE K9’을 두고 겉모양 보다는 ‘타 봐야 아는 차’로 입소문이 나있다. 시승 이벤트에 1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 이유도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다.
‘THE K9’의 흥행은 또 다른 파생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 기업들이 ‘플래그십(旗艦)’을 우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대장선’이기 때문이다. 한무리의 함대를 이끄는 임무가 대장선에 주어져 있다. 특히 기아차의 세단 라인업은 모두 ‘K’라는 명명체계를 따르고 있다. 플래그십 ‘THE K9’에는 ‘K 함대’의 핵심 디자인 언어와 최첨단 기술력, 그리고 안전과 가족이라는 철학을 함께 태우고 있다.

플래그십이 전 함대의 상승세를 이끄는 이른바 ‘기함효과’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막내 K3는 지난해 2월 신차가 나온 이후 준중형 세단 시장 1위를 탈환했다. K7은 지난 6월 상품성개선 모델이 출시된 뒤 동급 시장 절대 강자 ‘그랜저’를 밀어내고 준대형 시장 3개월 연속 1위를 지켜냈다. 더 큰 이슈도 있다. 연말에는 K시리즈 신화의 중심인 ‘K5’ 후속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연말연시 기업 인사 시즌, 그리고 같은 시기에 맞물린 신형 K5 출시는 ‘THE K9 기함(旗艦)효과’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기아차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