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특별했다" 정재훈 코치의 두 번째 반지 [두산 V6 스토리]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10.29 07: 47

"한 명 안했어요!"
26일 고척 스카이돔. 두산 베어스는 키움 히어로즈는 11-9로 제압하고 한국시리즈 4차전을 승리.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의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4번째 통합 우승이다.
시상식에서 선수단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불렸다. 선수단 이후에는 코칭 스태프의 이름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김태형 감독이 호명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정재훈 코치에게 자신의 메달을 건네고 있다. /jpnews@osen.co.kr

사회자가 계속해서 진행하던 그 때 두산 선수들은 "한 명이 빠졌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직접 가서 한 누락된 한 명을 이야기 해줬고, 그제서야 사회자는 "정.재.훈"이라고 크게 외쳤다. 선수단의 박수와 팬들의 환호 속에 정재훈 코치가 단상으로 올라왔다. 
이번 엔트리에서 정재훈은 코치는 빠졌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규정에는 코치 등록이 10명까지 된다. 보통 불펜 코치가 빠지는 만큼 정재훈 코치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
엔트리에 맞게 메달이 제작된 만큼 따로 준비된 정재훈 코치의 메달은 없었다. 그 때 김태형 감독이 자신의 메달을 벗어서 정재훈 코치에게 걸어줬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정재훈 코치는 2014년까지 약 12년 간 두산에서 뛰다가 2015년 FA 영입 보상 선수로 롯데로 떠났다. 정재훈 코치와 두산의 재회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5년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로 두산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2015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잠시 팀을 떠나 함께 하지 못했던 만큼 정재훈 코치는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베어스 정재훈. / sunday@osen.co.kr
단순히 말 뿐이 아니었다. 정재훈 코치는 2016년 46경기에서 2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의 성적을 거두며 팀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정재훈 코치의 노력이 있었지만, 하늘은 정재훈 코치에게 우승의 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8월 경기 중 타구에 맞아 팔꿈 부상을 당했고, 10월에는 어깨 부상까지 겹쳤다. 두산은 2016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선수들은 정재훈 코치의 '41번'을 달고 뛰어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정재훈 코치는 긴 재활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택했다. 2016년 우승 당시 구단에서는 정재훈 코치의 공로를 높게 사서 우승 반지를 선물했다. 그러나 정재훈 코치 마음 한 쪽에는 함께 우승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V6. 비록 선수 시절 함께 하지 못했지만, 코치가 된 뒤 마침내 우승의 현장에서 함께 선수들과 부둥켜 안고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정재훈 코치는 "선수 때는 같이 우승 순간에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코치로 우승을 하는 것과 선수로 하는 것이 다를 수 있겠지만, 처음으로 함께 우승을 하는 것이 감격스럽고 기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1군 코치로서 이제 '지도자 역할'이 익숙할 법도 했지만, 정재훈 코치는 "아직 멀었다. 많이 배우고 있다. 작년 2군에 있고, 지금은 1군 불펜에 있는데 김원형 코치님을 비롯해서 많은 코치님들께 한 시즌을 운영하는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 다들 경험이 많으셔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선배 지도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단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 시즌 동안 주어진 보직이 그대로 가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시즌이 지날수록 공백이 생기고 필연적으로 자리 이동도 생긴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불평불만 하지 않고, 잘 대처해줬다. 팀 문화로 잘 자리잡은 것 같다"라며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준 만큼, 나는 어려운 것이 없었다. 선수들이 기특하다"고 밝혔다.
정재훈 코치는 그동안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피칭'을 강조해왔다. 단순히 포수 사인 그대로가 아닌 투수도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라는 뜻이었다. 정재훈 코치는 "리그가 작다보니 선수들에 대한 분석을 투수도 철저히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자기 공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게 된다"라며 "이제는 선수들이 곧잘 하고 있다"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정재훈 코치는 "선수들은 내가 못한 것을 세 번이나 이뤘다. 덕분에 배우는 것도 많다"라며 "항상 고맙다는 이야기 밖에 할 게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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