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안방은 최근 2년 간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민낯을 드러냈다. 강민호(삼성)의 FA 이적 이후 리그에서 가장 뚜렷한 약점을 보인 포지션이 바로 롯데의 포수진이다.
수비도 수비지만, 특히 공격력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수비는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고, 투수진과의 호흡 부분도 살펴야 했었기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공격력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올 시즌 포수 조정 득점 생산력(wRC+) 상위 5팀 중 4팀이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더 이상 포수 2018년 19.2에 불과했다. 2019년은 나아질 것이라고 봤지만 도리어 하락한 16.4에 그쳤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역시 2018년 -1.92였고, 2019년 -2.27이었다. 포수진으로 인해 팀은 약 2승 정도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포수 공격력에서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사진] 이지영-김태군/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19/10/30/201910302007771642_5dba11934fbf6.jpg)
단 두 시즌으로 평가하긴 힘들지만, 포수진의 육성은 정체된 것이 사실이다. 긴 호흡으로 포수진의 육성에 임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보호막인 선배들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우왕좌왕했다. 최근 2년 간 포수 마스크를 썼던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 정보근 모두 풀시즌을 치러보지 않았고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었다.
결국 지난해 FA 최대어였던 양의지를 지나쳤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양의지가 125억원이라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을 받았지만 양의지를 품은 NC는 꼴찌에서 5위로 수직상승,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강민호와의 협상 전략 실패, 그리고 계획성 없는 투자 등 과거 잘못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롯데는 올해 FA 시장에 나오는 포수들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제 포수진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꾸준히 포수 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단력 역시 부족했다.
올해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키움 이지영과 NC 김태군 두 명이다. 모두 강민호, 양의지만큼의 존재감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풀타임 시즌을 치러 본 적이 있는 포수들이다. 롯데는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며 선택을 해야 한다.
나이로 비교하면 1986년생의 이지영, 1989년생의 김태군, 나이는 김태군이 3살 더 어리다. 다만, 공격력에서의 차이는 약간 있다.
이지영은 통산 843경기 타율 2할8푼2리 OPS 0.658의 기록을 남겼다. wRC+는 68, WAR은 5.54였다. 지난해 삼성 시절, 강민호에 밀려 백업이 됐지만 이 시점을 시작으로 이지영은 공격에서 각성했다. 지난해 90경기 타율 3할4푼3리 (178타수 61안타)OPS 0.839, wRC+ 113.5, WAR 1.58을 기록했다. 올해 키움으로 이적한 뒤에도 공격력에서 가치를 입증했다. 106경기 타율 2할8푼2리(308타수 87안타) OPS 0.632, wRC+ 73.3, WAR 0.88을 기록했다. 키움의 전담포수제로 박동원과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썼고, 기록 자체가 전체 평균 수치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롯데에는 이런 성적의 포수조차 없었다.
올해 김태군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돌아왔기에 누적된 기록이 많지 않다. 퓨처스리그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도 완전하지 않았다. 전역 이후 18경기 타율 1할8푼2리 OPS 0.539, wRC+70.5, WAR 0.08의 기록에 그쳤다.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보면 타율 2할4푼3리 OPS 0.603, wRC+ 53.6, WAR -0.40의 기록을 남겼다. 공격력에서는 이지영에 미치지 못한다.
수비력에서는 냉정한 비교를 할 수 있는 수치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 추상적으로 김태군이 이지영보다 수비력에서 더 안정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고, 수비형 포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태군이 이지영에 월등하게 앞선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19/10/30/201910302007771642_5dba11c4ab03f_1024x.jpg)
결국 롯데에 더 알맞은 포수는 이지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롯데에 필요한 포수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 하위 타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포수가 더 필요하다. 김태군의 역량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고, 김태군과 같은 포수가 롯데에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롯데는 현실적으로 수비와 공격을 어느 정도 겸비한 선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포수진의 공격 수치를 생각하면 고민의 결과는 한 쪽으로 치우친다.
물론 롯데가 FA 시장에 참전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경쟁도 불가피하다. 특히 이지영은 키움의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였고,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는 “키움에 남고 싶다”는 발언으로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움 입장에서도 이지영은 필요한 존재다. 다만, 과거의 역사는 키움이 FA 자원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NC는 양의지라는 걸출한 주전 포수가 있는 상황. 여기에 김형준이 성장세를 보여줬고, 정범모라는 다른 베테랑 포수도 존재한다. 원 소속팀 NC에서 김태군의 입지는 좁은 편.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어 롯데 포수진이 성장해 내년 시즌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엔 이미 팀의 포수진 상황이 좋지 않다. 그리고 롯데에 딱 맞는 선수도 시장에 나왔다. 롯데의 결단만 남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