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잘 참았다고 했죠.”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주장 오재원은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98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3홈런 18타점에 그쳤다.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악순환으로 타격감을 잡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시리즈 초반도 오재원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오재원의 ‘반전’은 한국시리즈 2차전 9회에 나왔다. 3-5로 지고 있던 9회말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오주원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주자 2,3루. 두산은 후속타가 이어지면서 짜릿한 끝내기로 2차전 승리를 잡았다.
3차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올리기 시작한 오재원에서는 4차전에서는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4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오재원은 4차전 '데일리 MVP'가 됐다.
최고의 반등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1할 타자'로 시즌을 보내면서 오재원과 김태형 감독 모두 시즌 내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을 마친 뒤 오재원은 경기 후 “타격감을 올리고 싶었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해서 답답했다”라며 올 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아쉬웠던 감정을 토로했다.
김태형 감독도 오재원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나도, (오)재원이도 모두 힘들었다”고 운을 떼며 “(오재원이) 고참으로서 슬럼프가 와서 표정도 좋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2군에 보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개인 성적 고민에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등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김 감독은 “결국은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오재원은 2015년과 2016년 우승을 했던 선수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믿었다”라며 “(오)재원이에게 너의 것을 포기하고 주장 역할을 해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1군에서 나와 함께 하자고 했다. 아마 경기에 많이 내보내지 않아서 재원이도 섭섭할 법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미팅을 하면서 ‘너도, 나도 잘 참았다. 우리 잘 참았다’고 이야기했다”며 해피엔딩으로 끝난 가슴앓이에 대해 말했다.
올 시즌 종료 후 김태형 감독과 오재원 모두 구단과 계약 기간이 끝났다. 김태형 감독은 역대 감독 최고액인 3년 28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7원)에 두산과 재계약을 맺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재원.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이 빨리 계약했으면 좋겠다”라며 내년 시즌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