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메이저리그처럼 타이브레이커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요”
올 시즌 팀당 144경기 정규시즌이 끝나고, 나란히 88승 1무 55패로 승률(.615)이 똑같았던 두산과 SK가 단판 경기로 정규시즌 우승팀을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2018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선 진기한 일이 일어났다. 서부지구의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는 정규 시즌 162경기를 치른 후 나란히 91승 71패로 동률이 됐다. 중부지구의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컵스도 나란히 95승 67패로 똑같았다.

메이저리그는 동률이 되면 상대 성적이 아닌 1게임 ‘타이브레이커’를 실시한다. '단판 승부'에서 다저스는 콜로라도에 승리하며 6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밀워키는 컵스를 꺾고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나란히 패한 콜로라도와 컵스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했고, 콜로라도가 연장 13회 2-1로 승리하면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시카고 컵스는 정규시즌에서 밀워키와 맞대결에서 11승 9패로 앞섰다. 그러나 ‘타이브레이커’에서 밀워키에 패배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자신보다 4승이나 적은 콜로라도에 패하면서 탈락했다. KBO리그였다면 상대 성적에 앞선 컵스가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을 것이다.
KBO리그 규정은 정규 시즌 1~5위가 2개 또는 3개 구단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 구단간 경기에서 전체 전적 다승, 해당 구단 간 경기에서 전체 다득점, 전년도 성적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6~10위가 2개 구단 이상일 경우에는 승률로 순위를 결정하되, 승률이 동일한 경우 공동 순위로 한다. 공동 6위나 공동 7위 이런 식이다. 신인 드래프트, 개막전 편성 등 순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구단간 전체 전적 다승, 전체 다득점, 전년도 성적 순위로 순서를 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두산이 SK와 상대 성적에서 9승 7패로 앞서면서 두산이 1위, SK가 2위가 됐다. 맞대결 성적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 그런데 승률이 같다고, 16경기 맞대결 성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은 시즌 전체 144경기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두산이 SK에 2승을 더 거두고도 승률이 같다는 것은, 두산이 3~10위 팀 상대로는 SK보다 2패 더 많이 했다는 의미다. 두산은 SK보다 약팀에 더 많이 졌다. 오히려 약팀에 많이 진 팀의 순위가 더 높은 것이다. 지금 규정대로 동률 팀과의 맞대결에서 많이 이겼기에 순위가 높아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처럼 정규시즌 1위팀이 2개 이상일 경우, ‘타이브레이커’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산과 SK가 정규시즌 1위를 놓고 ‘타이브레이커’를 했다면 한국시리즈 7차전 못지 않은 빅매치가 됐을 것이다.
수도권 A구단의 관계자는 "6~10위는 몰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의 승률이 같다면, 타이브레이커로 순위를 가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타이브레이커 1경기로 엄청난 관심과 화제를 모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방 B구단 관계자는 "정규시즌 공동 1위를 상대 성적이 아닌 단판 승부로 가리는 것도 좋다고 본다"며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에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정규시즌 우승팀은 ‘타이브레이커’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3개 팀이 공동 1위면 3개 팀끼리 한 경기씩 치러서 순위를 정한다. 만약 3팀이 1승1패가 된다면, 국제대회에서 사용되는 TQB(팀 퀄리티 밸런스), 득점과 실점을 따져 순위를 가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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