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신청서 내려왔습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인 10월 31일 고척 스카이돔. 이날 자리에는 사복을 입은 이지영(33)이 깜짝 방문했다. 이지영은 김경문 대표팀 감독과 인사를 나눈 뒤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진갑용 코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지나가는 이지영에게 '무슨 일로 방문했나'라는 질문이 나왔고, 이지영은 "FA 신청서 내려왔다"고 답했다.
2008년 육성 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지영은 2009년 정식 선수가 돼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2년부터 조금씩 기회를 잡아 꾸준히 경기에 나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키움, SK의 삼각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게된 이지영은 정규 시즌 106경기에서 타율 2할8푼2리 1홈런 39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지영의 진가는 ‘가을야구’에서 빛났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가운데 10경기 나와 타율 3할3푼3리(33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삼성 시절 꾸준히 한국시리즈에 나서며 큰 경기 경험을 쌓았던 만큼,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키움의 돌풍을 이끌었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확실히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최고다”라는 말로 끊임없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비록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지영으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알리게 된 기회였다.
때마침 올 시즌 종료 후 이지영은 자유계약(FA) 신분이 된다. KBO는 10월 31일 FA 자격을 얻은 선수를 공시했다. 포수 자원으로 이지영과 김태군이 나왔다. 포수 보강을 노리는 팀으로서는 김태군도 좋은 자원이지만, 경험 풍부한 이지영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이지영은 "올해 끝나면 (키움에서) 마지막인데, 우승하면 감독님께서 알아서 잡아주지 않을까 싶다"라는 말로 FA 자격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돌려 표현했다. 그리고 이날 고척돔을 방문해 "FA 신청서를 내러 왔다"는 말로 공식으로 시장에 나왔음을 알렸다. 몇몇 팀들이 포수 자원 기근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이지영의 거취는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