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는 밥처럼 정성을 담습니다”.
1일 한화의 서산전용연습구장.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한화 선수들이 오전 훈련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부리나케 움직였다. 밥과 반찬을 가득 담은 뒤 앉은 자리에서 눈 깜짝 할 새 식판을 비웠다. 추가로 밥과 반찬을 담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날 중식 메뉴는 섬유질이 풍부한 잡곡밥과 보양식으로 그릇에 한가득 푸짐하게 담은 갈비탕이 메인이었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에 야들야들 부드러운 고기와 당면이 어우러져 없던 기운도 솟아나게 했다.

여기에 매콤한 낙지야채볶음,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소한 조기구이, 달달함이 입 안에 퍼지는 아삭이고추쌈장무침, 바삭하고 쫄깃한 수수부꾸미까지 입맛을 돋구는 반찬들에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았다. 워낙 반찬이 많다 보니 밑반찬인 포기김치와 깍두기는 식판에 담을 자리가 없었다.
양상추 샐러드에 수박과 메론까지 입가심용 후식으로 입안도 개운해졌다. 뿐만 아니라 유산균 요구르트에 체중 조절을 하는 선수들을 위한 식사 대용 단백질 주스도 식당 한켠에 마련돼 있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호텔&리조트에서 일하다 지난해부터 야구단으로 넘어온 김민자 책임 영양사가 소문난 ‘서산 맛집’을 책임지고 있다. 김민자 영양사는 “고단백 건강식 위주로 맛과 영양, 균형 잡힌 식단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의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원래 야구를 좋아하고, 한화 팬이었다. 좋아하는 팀의 선수들이 ‘정말 맛있다’고 말해줄 때 굉장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눈물 젖은 빵’으로 잘 알려진 미국 마이너리그와 달리 우리나라는 2010년대 각 구단들이 전용연습장을 지은 뒤 1군보다 맛있는 2군 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키움의 2군 식단이 뜻하지 않게 논란으로 떠오르며 야구단의 2군 식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럴수록 영양사로서 책임감이 더 커진다. 김민자 영양사도 “어깨가 무겁다. 우리 주방 식구 모두 엄마가 해주는 밥처럼 정성을 담고 있다. 선수들이 잘 먹어야 좋은 성적이 나고, 모두가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각 팀에서 최고 맛집을 자부하는 영양사들이지만 같은 동업자로서 서로 연락을 하며 정보 교류도 한다. 종종 멀리 떨어진 다른 팀들의 식당도 찾아간다. 팀마다 식당 운영 방식이나 식단이 조금씩 다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선수들에게 삼시세끼 최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민자 영양사는 “모든 팀들의 영양사와 조리사 분들께서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